취미생활/마라톤

제3회 포항 호미곶 월광소나타 100 울트라 마라톤 완주후기.

백산(百山) 2010. 10. 20. 17:04

 

=== 제3회 포항 호미곶 월광소나타 100 울트라 마라톤 완주후기. ===

□ 프롤로그.
달리면서, 그 후에도 정말 아무런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하여, 호응하여 주신분들의 무언의 압력과
차기에 울트라를 준비하시는 분께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온몸으로 체험한 완주기를 쓰는 것으로 대신 했습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해 드려야 할 텐데...
사실 우선 걱정이 앞섭니다.
완주기라는 것이 단순히 당일의 기록만을 기술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만은,
그때, 그 순간의 스릴과 전율을 글로서 표현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본인이 뛰고 있는 양,
출발부터 피니쉬까지 역동적인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아야 하겠지요.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당연히 시(詩)로서 압축할 수 있는 능력도,
유머를 가미하여 재미있게 상황전개를 할 수있는 능력도 없으므로
그냥 장황하게 수필처럼 다큐멘터리를 써겠습니다.  
고치가 나비가 되고싶어 탈바꿈하는 몸부림으로, 용트림으로 생각하면서
필부지용(匹夫之勇)을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 대회준비.
준비 과정은 제가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시겠지요.
연습 밖에는... 정답이 없으니... 그리고 대회일이 가까워 질수록 조급하여지고,
후반부에 겪게 될 엄청난 고통에 대한 두려움...
또한, 완주에 대한 불안감이 겹쳐서 출전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하루 하루 변덕스럽게 교차 됩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평상심을 가지고 "할 수있다" 는 자기체면을 걸면서 스스로를 높게
평가 하십시오.
항상 그러하듯이 조금만 여유 시간이 남았으면...
더 충분한 연습을 하는 건데...  
마음 속으로 후회하여 보지만 수험생 시험날 다가오듯이 훌쩍 다가와 버립니다.
작년에는 공장의 사월 정수(定期補修)관계로, 올해는 백두대간과 정기산행,
그리고 해외 원정산행 관계로 핑계 같지만 장거리 훈련을 삼월 서울 동아오픈 이후로
한번도 못하고는 "상감? 옥체 보존 하시지요..."
불참을 종용하는 중전?의 압박에 못이기는 척 포기 할까? 하다가... 그러나,
이왕에 저질러 놓은 일이라 도살장에 소 끌려가는 기분으로?
이것 저것 미리 메모하여 놓은 장비와 준비물을 챙기고 호미곶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래도 작년에는 장 회장님과 같이 동반주하여 마음이 든든하였는데...
그런데 출발 할 때까지 따라가지 않겠다던 세자?가 조수석에 앉는다.
아직 한번도 대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녀석이고 내가 마라톤을 하는 것도
탐탐치 않게 느끼는 눈치였는데,  고맙다... 아들아!

□ 호미곶으로 출발.(15:00)
전일 야근을 마치고 조금은 피로가 남았지만 들뜬 기분으로
주말 인지라 도로 정체를 감안, 15시 정각에 7번 국도를 달려 가는데  경주시 강동면
모서리에서 최근 개통된 호미곶으로 연결되는 4차선 국도가 눈에 띄지만, 한번도
달려 보지 않아 겁이 나며, 돌아 올 때 이용하여 보기로 하고 기존의 7번 국도를 고집한다.
영일만(迎日灣)으로 31번 국도로 접어들자 좌측으로
포스코와 철강, 금속, 기계공업의 콤비나이트 플랜트를 지나고,
도구리 사거리에서 이번에 변경된 구간(약전 사거리~세계리~오천)을 사전 답사 할까...
고민 하였다가 그대로 통과 하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힘들게 이곳을 통과 하겠지!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차창을 열고 시원하게 925번 해안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 호미곶 도착.(17:35)
17시 35분에 영일만에서 제일 동쪽으로 돌출한 땅 끝, 호미곶에 도착했더니
작년 모습 그대로 "상생(相生)의 손"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일출과 등대로 유명하며,
특히, 일출은 2000년 밀레니엄 때에 간절곶(艮絶串), 정동진(正東津)과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 하여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엔 마라토너 들에게 십이월 혹한기에 열려지고,
매서운 바닷바람과 끝없이 반복되는 오르내림 때문에
지옥의 마라톤코스로 유명한 호미곶 마라톤과 월광소나타 울트라 마라톤의 출발점으로
잘 알려지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호칭으로 호미곶을 백과사전에서 찾아 보았더니,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 학자인 "남 사고"가 "산수비경"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 고 기술하면서
천하의 명당이라 하였고,
또 고산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국토 최 동단을 측정하기 위해
영일만 호미곶을 입곱 번이나 답사 측정 한 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동쪽임을 확인,
호랑이 꼬리 부분이라고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우리 나라 최 동단 호미곶을
"토끼꼬리"에 비유하는 것은 일제가 우리를 얕잡아서...(쪽바리 xx들... 닥꽝들 하는 짓이...)

□ 출발준비.(17:35~19:00)
벌써 많은 분들이 도착하여 있었고 주말이어서 나들이 온 관광객도 많았습니다.
대회본부 부스에 들러 서명하고, 배번을 수령하여
깜빡이와 함께 티셔츠 앞과 배낭의 뒷부분에 부착하고 점등도 하여봅니다.
출발 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므로 기념 촬영도 하고,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아들과 함께 바닷가 상생의 손 앞에서 느긋하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부자간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도 몇해 만인지...
그것도 대학 진학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  
안내 방송에 따라 광장으로 삼삼오오 모이고 점차 대회 분위기에 젖어 듭니다.
서로 안면이 있는 분들은 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묻는데,
전혀 친분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멀쭘하게 서서 작은 미소로 답하였지요.
대회진행에 따른 안내방송이 끝나고,
00대 박 00교수님의 기체조로 스트레칭을 하는데
마라톤 동호회 한 총무님의 완주를 기원하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고맙지만 빨리 끊으래이~",
드디어 카운트다운 재빨리 아들과 악수를 나누고, 셋~두울~하나!
(100km 여정 만큼이나 사설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 Start~10km. 56분.(호미곶 광장~동해 자연산 횟집 19:00~19:56분)
폭죽과 함께 힘차게 출발!
미리 초반에는 천천히 달릴려고 다짐하였던 터라 맨 뒷줄에 서서 서서히 광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물끄러미 손을 흔들며 쳐다보는 아들 녀석의 눈에는
저렇게 뛰어 어느 세월에..., 완주나 할런지... 이런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대보면 소재지의 좁은 길을 통과하고 누렇게 잘 익은 구만리 보리밭을 통과 할 즈음
호미곶 팔경의 하나라는 대동배 일몰이 시작되었지요.
작년 대회는 그믐에 가까웠고 당일 먹구름이 끼어서 보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멋진 자연의 연출을 보았습니다.
처음 생각은 지리산 십경의 하나인 반야낙조(般若落照)처럼
내연산 향로봉이나 우척봉에 걸리거나
아니면 비학산 산마루에 덩그렇게 넘어가는 일몰을 상상했다가
영일만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보고 잠시 뛰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보리밭 언덕에 서서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한가로이 떠있는 고깃배!
일망무제의 수평선!
평생 기억에 남을 황홀한 선셋을 숨막히도록 지켜 보았습니다.
아! "연오랑 과 세오녀"만 아니어도 영일(迎日)이 아니라 송일(送日)만이라 하는 건데...
저뿐만이 아니고 카메라를 소지하신 분들은 셔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더군요.
크고 작은 몇번의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서서히 자리 고르기가 끝날 즈음에 울산에서 오신 서브쓰리 주자님,
그리고 작년 대회에 선두권에 드신 현자마 소속분과 함께
이렇게 셋이서 동반주를 하면서 달렸습니다.
(실례가 될 것 같아 실명은 거론치 않겠습니다)

□ 10~20.9km 46분.(동해 자연산 횟집~약전 슈퍼사거리 19:56~20:42)
사위는 어두워졌지만 보름전이라 달빛이 구름 속에서 비추어 주고
가로등 불빛과 길가의 레스트랑 입간판이 주로를 밝혀 뛰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시원하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선을 따라 뛰다가, 벗어 났다를 반복하면서
달릴 때 힘차게 달리는 "부부 마라토너"를 추월하면서 힘!을 외칩니다.
(나중에 80km 지점에서 추월을 당함)
그렇게 한 두명의 주자를 자꾸만 제치고 나도 모르게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 갑니다.
이때에 아들로부터 전화가 울립니다.
아들 :  "아버지! 벌써 포기 했습니까?"
나 : 왜 그러니...  
아들 : 모두 지나 가신 것 같은데 아버지는 않보이네요...
나 : 야! 나도 너 못 봤는데...
아들 : 알았습니다. 오버!
호미곶 광장 주변에서 드라이버나 즐기고 근방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은 다음,
다음날 골인 시간에 맞춰서 만나자고 약속 하였는데, 녀석이 걱정도 되고
혼자 남아서 심심했던 모양이라 응원차 코스를 따라 왔다가
대충 이정도면 되겠지 하고 기다린 모양인데 나는 그 앞쪽에 있었으니 못 만날밖에...
너무 빠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통제가 불가능하게 대회 분위기에 젖어 버렸습니다.

□ 20.9~30.2km 58분.(약전 슈퍼사거리~세계리 갈림길~용산 삼거리 슈퍼 20:42~21:50)
도구리 약전사거리에서 주로 자봉하시는 분들의 열렬한 응원을 뒤로 하고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듭니다.
이때 응원차 나왔던 아들 녀석이 흥분된 목소리로 아버지!~    
지금 선두권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00위권 안입니다.
힘내세요! 하고는 또 사라진다.
후미에서 고통스럽게 타박타박 걷는 듯, 뛰는 듯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가
질주하는 애비의 모습이 저 자신은 자랑스러웠던 모양...
세계리 929도로를 만나기 전에 꽤 긴 오르막을 몇명의 주자를 추월하여 오르니
다시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아버지! 아직까지 뒷 주자에게 추월당하지 않으셨다면 00위입니다"
그러나 나는 잘못 봤겠지, 하면서 세계리 갈림길(소요시간 25분, 통과시각 21:17)을
지나는데 자봉하시는 분들이 힘!으로 기합을 넣어 주면서
"현재 0위입니다"
아~! 분명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은 맞는데 도저히 아들 녀석 기죽이고 싶지도 않거니와
역시 또다른 울산 현자마의 동갑내기 분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으며
이런 저런 얘기로 지루함을 털어 버리고,
전혀 몸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겠는 터라 기존의 속도를 유지한다.
동반자는 풀 코스 기록이 서브쓰리에 근접하였고, 58년 개띠 형님들 열심인데
59년 돼지띠 우리는 너무 잠수 하는 것 아니냐...
(60km 까지 동반주하고 결과는 전체 0위 이내로 골인 함. 축하 합니다!)    
오천읍을 우회하여 14번 국도를 접어 들때에 다시 주로 봉사하시는 분들의 안내를 받았으며
용산리 삼거리 슈퍼에 도착하자 다시 자봉하시는 분들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습니다.
슈퍼에는 작년의 경험을 살렸는지,
대형 고무 물통에 얼음을 띄우고 생수를 담궈 놓아 시원한 물을 보충 할 수가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30km 지점에서 제1 CP를 운용하였으나 올해는 60, 90km에서만...
  
□ 30.2~41.9km 60분.(용산 삼거리 슈퍼~진전령 휴게소 21:50~22:50)
용산 삼거리를 통과하여 진전지에 이르는 동안 앞선 주자도, 뒤에서 추월하는 주자도 없이
현자마의 주자님과 단둘이 뛰었습니다.
작년에 뛰어 본 경험도 있고 전혀 갈림길이 없는 터라 안심이었지요.
더욱이 밤이 깊어 가는지라 오가는 차량도 뜸하여 지고...

진전지 수심 깊은 곳에는 산영(山影)이 드리워지고,
호미곶 울트라 마라톤의 타이틀처럼 가끔씩 구름사이로 달빛도 비춰지고,
아카시아, 찔레꽃 향 내음이 전해지며,
작년 만큼은 아니어도 양지마을 음지마을 개구리소리,
(작년에는 고막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듣는 산새소리,(그렇게 슬피 우는 것으로 보아 두견새 인가?)  
힘!으로 기합을 넣어 주는 대회본부 패트롤카!
힘들 때면 말을 걸어 주는 동갑내기 주자!

어느 듯 40km Marking지점을 통과합니다.(소요시간 49분, 통과시각 22:39)  
달빛을 맞으며 환상적으로 고갯길을 올랐더니 아버지! 하면서 아들 녀석이 맞이한다.
여태 나를 기다린 모양...
어묵 한 그릇을 시켜서 먹고 수통에도 생수와 이온 음료수를 반반씩 섞어서 담고
출발하면서, 이제 되었으니 그만 들어가 자라고 하니 계속 지원을 하겠단다. 그리고

"아버지!, 저 아줌마가 그러는데요...
월광(月光) 소나타가 아니고, 월광(月狂) 소나타 래요!
모두 달빛에 미친 사람들 이랍니다..."
멀리 순천에서 응원차 오셨다는 아주머니... 맞습니다!.
우리는 달빛에 미쳐 버렸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월광(越光)으로 미친것 마저 뛰어 넘어 버릴 겁니다.

□ 41.9~50km 52분.(진전령 휴게소~골굴사 입구 22:58~23:50)
진전령 휴게소에는 대회 진행요원과 노천 노래방에서 가무(歌舞)를 즐기는 중년, 그리고
드라이브 나왔다가 쉬어 가는 아베크들로 시끌벅적 하였습니다.
땀이 식기 전에 얼른 출발하여 내리막길을 뛰는데
오른쪽 다리에 조금씩 이상 징후가 발생하므로 속도를 최대한 줄여서
조심스럽게 운행을 해 봅니다.
두번의 오르막이 있고 이후는 평탄한 길이며 달리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기림사 입구를 벗어날 즈음에 동호회 정 부회장님으로부터 격려 전화가 옵니다.(23:34)
아이고, 죽을 맛입니다! 늦은 시간에 감사 합니다!
그렇게 통화시간에 걸으면서 뭉쳤던 근육이 이완되었는지 정상을 찾았습니다.

□ 50~60km 1시간 5분.(골굴사 입구~감포 넥센타이어 앞 23:50~24:55)
아직까지 20km 지점부터 동반주 하던 동갑내기 주자와 동행이고 앞에도, 뒤에도 주자가
보이지 않고, 가끔씩 지나치는 외딴집의 개 짖는 소리만 울릴 뿐입니다.
이젠 어쩌다가 한 두대 지나치는 차량들이 전조등을 상향으로 비추어 마주칠 때는
잠깐 잠깐 앞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움찔 움찔해야 합니다.
작년 이 시간에는 멀고 가까운 친인척으로부터 쉴새 없이 전화가 걸려와 난처 했는데
다행히 올해는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마라톤을 하고는 집안의 경조사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대회에 갔다고 하면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은 당연한 일...
20km이후 처음으로 두명의 주자를 추월하는데,
깜빡이와 배번의 형광색 줄무늬가 출렁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지친것은 아니고
페이스 조절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여태 달려온 구간 중 제일 평탄한 코스인데도 10km 랩타임이 처음으로 1시간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힘차게 제1 CP를 향하여 달려가 60km 랩타임을 5:55분으로 사인을 하고 나니
"전체 0위입니다."  
이제 나머지는 40km! 5시간 이내만 달려 주어도 10시간대 기록도 가능하겠다는 꿈에 젖어
CP에서 제공하는 전복죽과 과일 통조림, 오이를 맛있게 먹는다.
미리와 기다리고 있던 아들 녀석이
"아버지 계속 밀어 부치는 겁니다!"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고모, 외삼촌, 이모... 모두 연락 할까요?"
집에는 미리 연락하여 놓았는지 시간 맞추어 전화가 왔다. 역시...
"무리하지 마세요!"

□ 60~70.5km. 1시간 25분.(감포 넥센타이어 앞~양포 25시 마트 01:05~02:30)
약 10여분을 쉬고 환상에 젖어 출발을 하려는데 갑자기 양발이 뻣뻣해 지면서
움직여 지질 않는다.
작년 85km지점 구룡포 읍내에서 경험하였던 다리 경련이다.(일명 쥐)
이때 까지 동반주 하였던 동갑내기 주자를 먼저 보내고,
스트레칭과 걷기를 반복하여 보았으나
전혀 뭉쳐진 근육은 풀리질 않고 고통은 점점 상체로 밀려오는데 쓰러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최후의 수단으로 침으로 양 허벅지를 찔러 출혈 시킴으로서
혈(穴)을 통하게 하여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을 보냈는지 하나, 둘, 몇명의 주자가 스쳐 지나간다.
이제는 기록이 아니라 완주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아들 녀석을 호출하여
"애비다! 그만, 포기해야 되겠다!"했더니, 대뜸
"에이~~ 다른 사람도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조금만 더 밀어 부쳐 보세요..."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야속한 녀석...  
이때에 한 총무로부터 다시 격려의 전화가 온다.(02:18)
오늘이 결혼 10주년이어서 이브닝 퇴근 후 부부간에 맥주 한잔하고 들어와
전화 하는 거란다.
"어딥니까?"
"양포!"
"다 왔네요!"
"죽을 맛이다. 끊자!"
결국은 장거리주를 하여주지 못한 죄를 여기서 톡톡히 치루었습니다.
간신히 양포 25시 마트에 들러 수통에 물도 채우고, 아이스 크림도 하나 사서 먹는다.

□ 70.5~79.5km. 1시간 30분.(양포 25시 마트~구포 휴게소 02:35~04:05)
너무 많이 쉬면 또 엄습 할 것 같은 다리 경련 때문에 어린애처럼
아이스 크림을 혓바닥으로, 핥으면서 제법 여유도 가지며 걸을 때에
야근 중인 장 전회장님으로부터 격려 전화가 옵니다.(02:38)
"어디요~!"
"양포!"
"어~ 다왔네. 그러면 내일 아침 일찍 골인하겠는데요..."
어휴! 걷고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믿기지 않으시는 모양...  
구포 휴게소까지 가는 동안에는 2개의 제법 큰 오르막이 버티고 있었지만
아픈 다리는 차라리 내리막 보다는 오르막이 아프지 않아서 쉽게 올랐습니다.  
와중에도 몇몇 주자가 힘차게 추월하여 지나 갑니다.
구포 휴게소 도착하여 간식으로 집에서 가져온 인절미를 아들이 내어 놓는데
도저히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 포기하고 음료수만 마신다.
휴게소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진 내 양다리에 흘러내리다 말라붙은 핏자국을 보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녀석이 "아버지  괜찮으세요...?, 눈물이 흐른다..."
이때 10km지점에서 추월한 "부부 마라토너"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타깃으로 삼고 뒤 따른다.

□ 79.5~91.8km. 1시간 15분.(구포 휴게소~제2 CP 구룡포 포스코 산기원 04:10~05:25)    
작년에도 여자부 1위 하신 N여사 님과 시소게임을 펼치다가 막판에 퍼져 버렸는데,
올해도... 약 5km정도를 뒤 따르다가 포기 하였습니다.
너무나 힘차게 달리시는 바람에...,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주자가 앞서 나가고 다시 순천에서 승합차를 기사포함 렌트하여
8명이 참석하였다는 또 다른 돼지띠 동갑내기 서브쓰리 주자를 만납니다.
제주 200km 울트라도 참석하여 완주하였고, 한달 후 광주 울트라 마라톤에도 참석한다는
엄청난 철각이었습니다. 오늘은 20km까지 1등 주자와 속도 경쟁을 펼치다가
오버페이스 때문에 늦어졌다고 하면서 골인 때까지 거의 동반주 하였습니다.
구룡포 읍내로 들어오니 벌써 일출이 시작되어 날이 훤히 밝았으며
지친 몸으로 제2 CP에 도착하니 생수와 바나나, 쵸코파이를 제공 받았습니다.
수고가 많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뒤로 하고 서둘러 또 출발을 합니다.

□ 91.8~100.2km. 1시간 02분.(구룡포 포스코 산기원~호미곶 광장05:25~06:27)    
포스코 산기원을 지나면 바로 작은 언덕이 하나 나타납니다.
동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작년 이곳을 통과 할 때에는 모내기 후 첫 시비(施肥)를 위하여 리어카에 비료를 잔뜩
싣고서 할머니가 끌고, 할아버지는 밀면서 힘에 부쳐
이 언덕을 거의 오르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것도 오른쪽 바퀴에는 펑크 때문인지 바람이 빠져 있어서 더더욱 굴러가지 않더군요.
힘이 부치시는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힘차게 제가 밀어 드렸습니다.
90여 km를 뛰었지만 그래도 힘은 제가 나았지요.
그 때에 뒷 주자도 따라와 같이 언덕을 리어카를 밀며, 당기며 올랐는데
올해도 그 주자분 오셨는지요?
그때는 너무 힘들어 인사도 못했는데...
언덕을 올라서는 출발부터 그때 까지 메고 다녔던 김밥 3인분, 바나나 3개, 인절미 3봉지,
특수 조제한 파워 행동식(선식+한봉 꿀+홍삼가루+죽염) 3봉지를
어르신네 새참으로 드시라고 드렸습니다.
덕분에 허벅지, 종아리 근육 스트레칭이 되었고
배낭의 무게 또한 줄여서 무사히 완주를 하였습니다.
그때는 미련하고, 경험이 부족하여 내 것과 회장님 것, 그리고 모자랄까 싶어서
추가 1인분 했더니 부피 뿐만이 아니라 무게 또한 엄청났지요...,
올해는 물만 넣고 달렸지만... 그래서
올해도 나오시려나 살폈지만 보이시지 않고,
언덕을 올라 논을 살폈더니 올해가 작년보다 이른지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으셨더군요...

기억을 더듬는 동안에 94km 마킹 지점을 통과하고 다음 96km 지점을 향하여 쉬지 않고
달립니다. 걷는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드디어 98km지점을 통과하면서 고개를 들어 풍차를 찾았으나 보일듯 말듯...  
근거리에 지친 두명의 주자가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고 나 역시 마찬가지 인지라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습니다.
이제 풍차가 눈 앞에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서 호미곶 광장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되는데
앞서가던 주자가 갑자기 멈추어 섭니다.
막판 추월이 미안하여, 한참을 동반주 한다음 머뭇거리자 먼저 들어가란다.
호흡을 고르고 힘차게 멋진 포즈로 입장 하시겠단다.
죄송합니다. 같이 어깨동무하여 들어 갈려고 했는데...
하는 수없이 마지막 스퍼트를 시작하는데 입구에서 아들이 마중 나와 있다.

손을 흔들면서
고통은 웃음으로 감추고
양팔을 높이 치켜들고
나도 모르게 야호~~~!
그렇게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고는 주저앉아 버렸습니다.(11시간 27분 13초)
이후 격려의 전화들은 흥분되고 감격스러워 어떻게 받았는지...

□ 에필로그.
울트라 마라톤을 준비하시는 달림이 분들이 혹시 이 글을 읽어시면
이거 장난이 아니네! 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풀코스 마라톤에도 35km 지점 전후에 벽이 있듯이
울트라에도 분명히 80km 전후에 넘어야 할 벽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벽은 훈련과 정신력으로 충분히 극복되어지는 것이므로 준비만 철저히 하신다면
무난히 완주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내년에 10시간 대를 목표로 하여 달려 볼까 지금부터 궁리 중입니다.  
작년 호미곶 마라톤에는 갑자기 일이 생겨 대회 신청을 하여 놓고도 참가하지
못하였습니다. 올해는 꼭 과메기 먹으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훌륭하게 대회를 준비하신 그린넷마 관계자님!,
자원 봉사자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 준비물
● 대회 복장.(당일의 기상 상태를 감안하여 착용)
- 마라톤 하의 착용.
- 상의는 흰색 티셔츠.(교통사고 예방)
- 종아리 및 허벅지 키네시오 테이핑 처리.
- 양말은 발가락 양말 착용.(물집 방지)
- 모자
- 장갑
- 젖XX, 배꼽에 대일밴드 부착.
- 한방파스 4장.(어깨와 허리 양쪽에 붙여서 배낭이 쓸림으로부터 피부보호)
- 멘소래담 맛사지를 미리하여 둔다.

● 장비류.(주행에 필요한 것)
- 울트라 배낭.
- 호스 달린 물통.
- 깜빡이 등 2개.
- 우의.(일회용 비닐우의를 최대한 잘라냄)
- 갈아입을 옷.(상의는 긴팔 티셔츠, 하의는 롱 타이즈)
- 방풍의.(최대한 얇고 부피가 작은 것)
- 손수건.
- 간식.(인절미3개, 영양갱1, 사탕5개, 소고기 육포 조금. 기타 본인의 기호품...)
- 종합 영양제 2알.
- 신분증.
- 비상금.
- 휴대폰.
- 침 2개.
- 코스 맵.
- 일회용 카메라.
- 대일밴드 및 종이 반창고.
- 바늘, 실, 대형 반창고를 발바닥 아치 모양으로 오린 것.(물집 대비)
- 바셀린.
- 휴지.

● 기타 준비물.(물품보관소 보관)
- 갈아 입을 내의 한벌.
- 양말.
- 수건 및 세면도구.
- 츄리닝 상하 한벌.
- 샌달.
- 선글라스.

※ 배낭의 부피와 무게를 작고 가볍게하여 배낭을 꾸리고 멜빵을 조절하여
    흔들림이 적게 한다.
    물 또한 적당량만 넣고, 중간 중간 기착지의 휴게소를 이용한다.
  

 

'취미생활 >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라톤 기록사진  (0) 201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