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近現代 한글 詩 195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 시인 이채 –

가시리

가시리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버리고 가시렵니까 나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두고싶지 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세라 서러운 임 보내옵노니 가시는 듯 돌아 오소서 -작가미상- 붙잡아 두고 싶지만 다시오지 않을까 두려워 서러운 임 보내 드리니 가시는 듯 돌아 오소서 임이여, 청산에 꽃 되오소 그리운 이가 그리운 날에 임이여 꽃 되오소 나는 한 마리 나비 되오리다. 가다가 곤하면 길섶에서 잠이 들고 잠들면 꿈속에서 임의 꽃 가르쳐주오소 그리운 이가 그리운 날에 임이여 꽃 되오소 나는 한 마리 나비 되오리다. 가다가 힘 들면 아무 꽃잎에 앉으리까 아무 풀잎에나 앉으리까 그리운 이가 그리운 날에 임이여 가는 길도 임의 향기로 가르쳐 주오소 임의 향기로 붙들어 주오소.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낙화(落花) - 조 지훈-

● 낙화 - 조지훈(1920~1968)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