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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안한 친구 때문에 눈물 나요>

백산(百山) 2017. 10. 30. 05:29


<축의 안한 친구 때문에 눈물 나요>

식 올리고 여행 다녀오고 이래저래 바빴다가 축의명단 보는데 정말 친한

(초등학교 때 부터 지금까지 친구, 나이는 27살이에요) 친구가 축의를 안했더라고요.

사실 조금 의아하기도 해서 그날 식 온 다른 친구한테 물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저랑만 친하고 사실 내성적이기도 해서 저와 친한 다른 친구들과는 안 친한 편인데

이야기 대충 듣자하니 그 날 결혼식 와서 혼자 식 지켜보길래 친구가 챙겨주다가 뷔페 이용하자니까

당황하더니 볼일 있다면서 나와버렸대요...


생각해보니 친구가 요즘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데 저한테 줄 축의금 조차 정말 힘들었나봐요.

친한 친구인데 오만원도 안되는 돈 주기가 미안해서 아예 안낸 것 같은데 이 친구가 정말 저 어렸을 때

엄마 돌아가실 때에도 장례식에 삼일 내내 있어준 친구인데 돈 때문에 친구 눈치 보여 식사도 안하고

지금 연락도 식 이후 없거든요..

이 친구 성격상 미안해서 연락도 못하는 거 같은데 그깟 돈이랑 밥이 뭐라고 멀리 식장까지 와서 밥도

안 먹고 간 친구 때문에 속이 상하고 눈물만 나네요. 얼마나 그 친구도 속상했을까요

바빠서 이제야 확인한건데 그간 친구가 제가 돈 안내서 연락 안했다고 생각할까봐 더 속상하네요.

혹여나 이 친구가 저한테 아무 연락 없이 한다고 욕해주지는 말아주세요..

주변에 이런 애 없다 싶을 정도로 예의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친구입니다..

너무 내성적인 부분이 있어서 말 못하는 거라고 확신해요ㅜ

제가어떻게 친구한테 연락해야할지..

++

글 올리고 나서 저도 빨리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밤 11시 쯤에 자냐고 카톡 했더니

안 잔다고 답장이 와서 바로 전화 걸었어요 전화로 그냥 여행 잘 다녀왔다 너무 바빴어~

이런 저런 일상 이야기 꺼내다가 식장에서 왜 밥 안 먹고 그냥 갔어~ 했더니

바빠서 안 먹었고 갔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여차저차 이야기 하다가 그냥 제가 먼저 이야기 꺼냈습니다.

혹시 축의금 때문에 연락 못한거였냐고 그런 거 안 받아도 너는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친구라구요.

그냥 솔직한 제 마음 이야기 했어요.

나는 너가 죽는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친구라고 너무 소중한 친구니까 돈 못 냈다는 거에

절대 연연해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라고요.

그간 너가 나한테 해준 거는 그 어떤 축의보다 가장 감사하고 고마운 거라고 지금 당장에 없는 것 때문에

우리가 어떤 친구인데 그런 눈치 보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얘기하면서 제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니까 친구가 듣다가 울었어요...ㅜ 저도 결국 울었구요.

친구가 너가 그걸로 연락 안할 친구는 아니지만 바빴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도 먼저 연락하고

싶었는데 너무 미안해서 연락을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항상 친구랑 농담식으로 건네던 말이

너나 나나 둘중 누가 먼저 결혼하면 축의금 백만원이야~
냉장고 사줄게~ 티비 사줄게~ 해왔었는데 막상 닥친 제 결혼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미안하고 서글펐다네요.

이 친구가 어떤 친구냐면, 정말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 친구가 죽는다는 생각만 해도

저는 눈물이 바로 나요. 어렸을 때 부터 항상 내 위주로 생각해주고 친구 사이에도 정말 친할수록 고맙다,

미안하다 라는 말이 오글거리기도 하는데 이 친구는 항상 제 이름을 불러주면서

ㅇㅇ아 고마워, ㅇㅇ아 미안해 항상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저를 이해해주고 위해주는 친구에요.  

장례식 때도 제가 스무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 장례 치르게 되었었는데

그때도 삼일 내내 갑작스런 일에 경황 없는 저를 대신해서 다 도와주고 그래서 이모들도 아직까지

제 친구 이야기를 하시면서 입이 닳도록 칭찬하세요.

또 그렇게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주변에서는 대부분 저희 엄마 이야기 꺼내는 걸 조심스러워 하는데

친구는 오히려 예전에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뭐가 정말 맛있었고 그 때 이러저러 해서 정말 즐거웠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줘서 오히려 많이 위로 받고 그랬네요 (어떤 감정인지 이야기 하기 어려운데

그게 참 도움이 되더라구요. 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졌는데 여전히 주변에서는 어려워하고

얘가 힘들겠지? 라고 눈치보는 듯한 모습이 (물론 그것도 그 친구들의 배려니까요_)

어색했는데 이 친구는 오히려 예전에 좋았던 추억들을 함께 기억해주니 그게 더 고맙고

참 속이 깊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고마운 얘기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만큼 좋은 친구라서 축의 명단 보고 또 전화로 다른 친구에게서

밥도 안먹고 갔다는 소리를 듣고 더 서글펐던 것 같네요.

친구가 미안할까봐 안 울면서 이야기 하려고 꾹 참았는데 친구 우는 소리에 저도 그냥 툭 터져버렸어요..

친구는 계속 또 고맙다고 돈 많이 벌면 꼭 지금 일 갚을 게 해서 그냥 됐고 빨리 신혼집 놀러와서

도란도란 즐겁게 수다 떨자고 했어요. 너 그날 밥 못 먹고 간거 내가 배 터지게 밥상 차려줄테니까 어서 오라구

닥달 아닌 닥달했네요ㅎㅎ

세상에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거울 보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는 것보다 이 친구에게 이야기 할 때가 가끔은 제 모습이

더 진실된 모습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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