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近現代 한글 詩

사랑 - 박 승우 -

백산(百山) 2012. 9. 11. 22:33

 

 

 

□ 사랑 - 박 승우 -

 

당신이 연두빛 몸매로 왔을 때 나는 몰랐습니다

그저 작은 들풀이려니 생각했습니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어느날 홀연히 사라질

일년생 들풀 중의 하나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정원에 뿌리를 내린 당신은

그리움을 먹고 자라는 목마른 나무였습니다

날마다 그리움의 파란 엽서를 가지 끝에 매달고

손 흔드는 갈망이었습니다

보고싶은 마음에 담장을 넘어

하늘로 목을 뻗는 키 큰 나무였습니다

서러움과 슬픔의 열매들이 열리고

고독의 뿌리가 깊어지지만

그래도 기다림의 나이테를 만들며

희망으로 물관부를 채우는 꼿꼿한 나무였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커버려 옮겨 실을 수도 없는

내 정원의 키 큰 나무는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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