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 박 승우 -
당신이 연두빛 몸매로 왔을 때 나는 몰랐습니다
그저 작은 들풀이려니 생각했습니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어느날 홀연히 사라질
일년생 들풀 중의 하나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정원에 뿌리를 내린 당신은
그리움을 먹고 자라는 목마른 나무였습니다
날마다 그리움의 파란 엽서를 가지 끝에 매달고
손 흔드는 갈망이었습니다
보고싶은 마음에 담장을 넘어
하늘로 목을 뻗는 키 큰 나무였습니다
서러움과 슬픔의 열매들이 열리고
고독의 뿌리가 깊어지지만
그래도 기다림의 나이테를 만들며
희망으로 물관부를 채우는 꼿꼿한 나무였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커버려 옮겨 실을 수도 없는
내 정원의 키 큰 나무는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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