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省心篇.上 ]
성심편은 명심보감 중에서 가장 긴 편(篇)을 이룬다.
마음을 성찰하는 내용과 방식에 관해서도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다소 편명(篇名)과 딱히 어울리지 않는 문귀 들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수천년 동안 축적되어온 삶의 지혜가 간결한 글로 압축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리를 끄덕이게 함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1. 景行錄云, 寶貨는 用之有盡이나 忠孝는 享之無窮이니라.
경행록에 이르기를, 보화(寶貨)는 쓰면 다함이 있으나,
충효(忠孝)는 누려도 무궁하니라.
2. 家和貧也好어니와 不義富如何오, 但存一子孝니 何用子孫多리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하여도 좋은 것이요,
의롭지 아니하면 부유함이 무엇이더냐?
단지 효도하는 자식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자손이 많으면 또 무슨 소용이더냐?
3. 父不憂心은 因子孝요, 夫無煩惱는 是妻賢이라,
言多語失은 皆因酒요, 義斷親疎는 只爲錢이니라.
아버지가 마음을 근심하지 않는 것은 자식이 효도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요,
지아비가 번뇌함이 없는 것은 지어미가 어질기 때문이다.
말이 많아 실언하는 것은 모두 술에 기인하는 것이요,
의가 끊기고 친함이 성겨지는 것은 다만 돈 때문이다.
4. 旣取非常樂이어든 須防不測憂(수방불측우)니라.
이미 평상의 것이 아닌 즐거움을 취하였거든
모름지기(앞으로 닥칠) 헤아릴 수 없는 근심을 막아야 할지니라.
5. 得寵思辱(득총사욕)하고 居安慮危(거안려위)니라.
총애를 얻으면 욕될 것을 생각하고,
편안한 곳에 거하거든 위험해질 것을 생각할지니라.
6. 榮輕辱淺(영경욕천)하고 利重害深(이중해심)이니라.
영화(榮華)가 가벼우면 욕됨도 얕고, 이익이 중하면 손해도 깊느니라.
7. 甚愛必甚費요, 甚譽必甚毁라, 甚喜必甚憂요, 甚贓必甚亡이니라.
(심애필심비) (심예필심훼) (심희필심우) (심장필심망)
심히 사랑하면 반드시 심히 허비하게 되고,
심히 기리면(칭찬하면) 반드시 심히 헐게 되고,
심히 기뻐하면 반드시 심히 근심하게 되고,
심히 뇌물을 받으면 반드시 크게 망하느니라.
8. 子曰, 不觀高崖면 何以知顚墜之患이며 不臨深淵이면
(불관고애) (하이지전추지환) (불임심연)
何以知沒溺之患이며 不觀巨海면 何以知風波之患이리오.
(하이지몰익지환) (불관거해) (하이지풍파지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높은 낭떠러지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엎어져 떨어지는 근심을 알 것이요?
심연에 임하지 아니하고서 무엇으로서 물에 빠져 죽는 근심을 알 것이요?
큰 바다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풍파의 근심을 알겠는가?
9. 欲知未來면 先察已往하라.
미래를 알고 싶으면 이미 지난 일들을 먼저 살필지니라.
10. 子曰, 明鏡은 所以察形이요, 往古는 所以知今이니라.
밝은 거울은 형체를 살필 수 있는 방도이며,
지난 과거는 현재를 알 수 있는 방도이니라.
11. 過去事는 如明鏡이요. 未來事는 暗似漆(암사칠)이니라.
과거사(過去事)는 밝은 거울과 같고, 미래사(未來事)는 어둡기가 옻과 같도다.
12. 明朝之事는 薄暮不可必이요, 薄暮之事는 晡時不可必이니라.
(명조지사) (박모불가필) (박모지사) (포시불가필)
13. 天有不測風雲이요, 人有朝夕禍福이니라.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에게는 조석으로 화복(禍福)이 있느니라.
14. 未歸三尺土하고 難保百年身이요, 已歸三尺土나 難保百年墳이라.
(미귀삼척토) (난보백년신) (이귀삼척토) (난보백년분)
삼척토(석자되는 흙)에 돌아가지 아니하고(즉, 죽지 않고)
백년의 몸을 지키기는 어려운 것이요,
이미 삼척토에 돌아갔어도(즉, 이미 죽었어도)
백년의 무덤을 지키기가 어려우니라.
15. 景行錄云, 木有所養이면 則根本固而枝葉茂하여 棟樑之材成하고
(즉근본고이지엽무) (동량지재성)
水有所養이면 則泉源壯而流波長하여 灌漑之利博하며
(관개지리박)
人有所養이면 則志氣大而識見明하여 忠義之士出하나니 可不養哉아.
(즉지기대이식견명) (가불양재)
경행록에 이르기를, 나무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나무의 뿌리가 굳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동량(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이루어진다.
물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샘의 근원이 장대해지고
흐르는 물줄기가 길어져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넓어진다.
사람에게 기르는 바가 있으면(수양하면)
지기(志氣)가 커지고 식견(識見)이 밝아져서 충의(忠義)의 선비가 나니,
어찌 기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16. 自信者는 人亦信之하여 吳越이 皆兄弟요.
自疑者는 人亦疑之하여 身外는 皆敵國이니라.
자신을 믿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믿어 주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같은 적국도 다 형제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을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의심하니,
자기 몸 외에는 모두가 적국이 되느니라.
17. 疑人이어든 莫用하고 用人이어든 勿疑하라.
사람을 의심하거든 쓰지 말 것이요, 사람을 이미 썼거든 의심치 말 것이다.
18. 諷諫云, 水底魚天邊雁은 高可射兮低可釣어니와
(풍간운) (수저어천변안) (고가사혜저가조)
惟有人心咫尺間이라도 咫尺人心不可料니라.
(유유인심지척간) (지척인심불가료)
풍간에 이르기를,
물 밑의 고기와 하늘가의 기러기는 아무리 높아도 활로 쏠 수 있고,
아무리 낮아도 낚을 수 있으나,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간에 있는데도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19. 畵虎畵皮難畵骨이요, 知人知面不知心이니라.
(화호화피난화골) (지인지면부지심)
호랑이를 그리되 겉 가죽은 그려도 뼈를 그리기는 어렵고,
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을 알지 못하노라.
20. 對面共語하되 心隔千山라.
대면하고 함께 말을 해도 마음은 천산(千山)을 격(隔)해 있구나.
21. 海枯終見底로되 人死不知心이니라.
바닷물이 마르면 마침내 그 밑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은 알지 못하느니라.
22. 太公曰, 凡人不可逆相이며 海水不可斗量이니라.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범인은 상(타고난 바탕)을 거스릴 수 없으며,
바닷물은 말로 헤아릴 수 없느니라.
23. 景行錄云, 結怨於人은 謂之種禍요. 捨善不爲는 謂之自賊이니라.
(결원어인) (위지중화) (사선불위) (위지자적)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에게 원한을 맺는 것을 일러 "화를 심는 것"(種禍)이라 하고,
선을 버리고 하지 않는 것을 일러 "스스로를 해치는 것"(自賊)이라고 한다.
24. 若聽一面說(약청일면설)이면 便見相離別(변견상이별)이라.
만약 한 쪽 편의 말만 듣는다면,
곧 상대방과 서로 이별하는 것을 보리라(이별을 당하리라).
25. 飽煖에면 思淫慾이요, 飢寒에 發道心이라.
(포난) (사음욕) (기한) (발도심)
배 부르고 따뜻하면 음탕한 욕구를 생각하며,
주리고 추우면 도심(道心)을 일으킨다.
26. 疏廣曰, 賢人多財면 損其志하고 愚人多財면 益其過니라.
소광이 말하였다. 어진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뜻을 손상시키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허물을 더하느니라.
27. 人貧智短하고 福至心靈이니라.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짧아지고,
복이 이르면 마음이 영통하여 지느니라.
28. 不經一事면 不長一智니라.
한가지 일을 지나지 않으면(즉, 격지 않으면, 경험하지 않으면)
한가지의 지혜를 기르지 못하느라.
29. 是非終日有라도 不聽自然無니라.
시비는 종일토록 있지만,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는 것이 되느니라.
30. 來說是非者가 便是是非人이니라.
찾아와서 시비(是非)를 말하는 자가 곧 그가 바로 시비(是非)하는 사람이다.
31. 擊壤詩云, 平生에 不作皺眉事면 世上에 應無切齒人이라,
(격양시운) (부작추미사) (응무절치인)
有名에 豈在鐫頑石가 路上行人이 口勝碑니라.
(기재전완석) (구승비)
격양詩에 이르기를,
평생에 눈썹 찌푸릴 일을 만들지 않으면 세상에 응당 이를 가는 사람,
즉 원수를 맺는 사람이 없을 것이로다.
유명함이 어찌 단단한 돌에 (이름을) 새기는 데 있으리오?
노상(路上)의 행인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니라.
32. 有麝自然香(유사자연향)이니 何必當風立(하필당풍립)고.
사향이 있으면 자연히 향기롭거늘
하필이면(어찌 반드시) 바람에 당하여(바람을 맞아) 설꼬?
33.有福莫享盡하라, 福盡身貧窮이요, 有勢莫使盡하라, 勢盡寃相逢이요.
(유복막향진) (복진신빈궁) (유세막사진) (세진원상봉)
福兮常自惜하고 勢兮常自恭하라, 人生驕與侈는 有始多無終이니라.
(복혜상자석) (세혜상자공) (인생교여치) (유시다무종)
복이 있을 때 누리어 다하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궁해지니라.
권세가 있거든 다하게 하지 말라. 세력이 다하면 원수를 상봉하느니라.
복이란 항상 스스로 아껴야 하며, 권세란 항상 스스로 공손히 부려야 하느니라.
사람이 살면서 교만과 사치는 시작은 있되, 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라.
34. 王參政의 四留銘에 留有餘不盡之巧하여 以還造化하고
(사류명) (유유여부진지교) (이환조화)
留有餘不盡之祿하여 以還朝廷하고 留有餘不盡之財하여
(유유여부진지록) (이환조정) (유유여부진지재)
以還百姓하고 留有餘不盡之福하여 以還子孫이니라.
(이환백성) (유유여부진지복) (이환자손)
왕참정의 4류명(4가지 보류해야 할 것을 적은 글)에 이르기를,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주를 머물리어(남겨 두어, 유보하여)(以)
신의 조화(造化)에 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녹(祿)을 머물림으로써(以) 조정에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물을 머물림으로써(以) 백성에게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복을 머물리어(以) 자손에게 되돌려 줄지니라.
35. 黃金이 千兩未爲貴요, 得人이 一語勝千金니라.
황금 천 량이 귀한 것이 아니요,
덕인(德人)의 한마디 좋은 말이 천금보다 나으니라.
36. 巧者(교자)는 拙之奴(졸지노)요, 苦者는 樂之母니라.
교(巧, 재주)라는 것은 졸(拙, 서투름)의 종이요,
고(苦, 고생)이란 것은 낙(樂, 즐거움)의 어머니이다.
37. 小船은 不堪重載(불감중재)요, 深逕(심경)은 不宜獨行(불의독행)이니라.
작은 배는 무겁게 실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깊고 좁은 길은 의당 홀로 다녀서는 안되느니라.
38. 黃金이 未爲貴요, 安樂이 値錢多(치전다)니라.
황금이 귀한 것이 아니요, 안락이 돈 많은 것에 해당하느니라.
39. 在家에 不會邀賓客(불회요빈객)이면 出外에 方知少主人이니라.
집에 있을 때 빈객(손님)을 맞아 모실 줄 모르면
밖에 나가서 그제서야 (자신을 맞아 줄) 주인이 적은 줄을 알게 되느니라.
40. 貧居鬧市無相識(빈거뇨시무상식)이요, 富住深山有遠親이니라.
가난하게 살면 시끄러운 시장에서도 서로 아는 사람이 없고,
부유하게 살면 깊은 산속, 먼 곳까지도 친함이 있느니라.
42. 寧塞無底缸(영색무저항)이언정 難塞鼻下橫(난색비하횡)이니라.
차라리 밑이 없는 항아리를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코 아래의 가로로 빗긴 것, 즉 입을 막기는 어려우니라.
43. 人情은 皆爲窘中疎(개위군중소)니라.
인정은 모두 군색한 가운데 소원하게 되느니라.
44. 郊天禮廟엔 非酒不享이요, 君臣朋友엔 非酒不義요,
(교천례묘) (비주불향) (군신붕우) (비주불의)
鬪爭相和엔 非酒不勸이라, 故로 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니라.
(투쟁상화) (비주불권) (주유성패이불가범음지)
교외(郊外)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사당에 예를 올릴 때는 술이 아니면 드리지 아니하고,
군신 사이와 붕우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롭지 아니할 것이요,
싸우고 나서 서로 화해함에는 술이 아니면 권하지 아니하느니라. 고로,
술에는 성패가 있는 것이니, 함부로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는 안되느니라.
45. 子曰,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는 未足與議也니라.
(사지어도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로서 道에 뜻을 두고도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는
더불어 의논하기에 족하지 못하느니라.
46. 荀子云, 士有妬友則賢交不親이요, 君有妬臣則賢人不至니라.
(순자운) (사유투유즉현교불친) (군유트신즉현인부지)
순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에게 투기하는 벗이 있으면 어진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임금에게 투기하는 신하가 있으면 어진 사람이 이르지 않느니라.
47. 天不生無祿之人하고 地不長無名之草니라.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하늘은 복록(福祿)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아니하고,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아니하느니라.
48. 大富由天(대부유천)이요, 小富由勤(소부유권)이라.
큰 부자는 하늘에서 말미암고, 작은 부자는 근면함에서 말미암느니라.
49. 成家之兒는 惜糞如金이요, 敗家之兒는 用金如糞이니라.
(성가지아) (석분여금) (패가지아) (용금여분)
집을 이룰 아이는 똥도 금같이 아끼고,
집을 망칠 아이는 금도 똥처럼 쓰느니라.
50. 康節邵先生曰, 閑居愼勿說無妨하라, 說無妨便有妨이니라,
(강절소선생왈) (한거신물설무방) (재설무방변유방)
爽口物多能作疾이요, 快心事過必有殃이라,
(상구물다능작질) (쾌심사과필유앙)
端其病後能服藥으론 不若病前能自防이니라.
(단기병후능복약) (불약병전능자방)
강절 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한가로운 생활에 삼가 아무런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거리낄 것이 없다고 겨우 말하는 순간 불현듯 방해되는 것이 있게 되느니라.
입에 상쾌한 것들이 많으면 능히 병을 일으키고,
마음에 쾌한 일이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이 있느니라.
그 병이 발단(發端)한 뒤에 능히 약을 복용하는 것은
병들기 전에 능히 스스로 그 병을 막는 것만 못하느니라.
51. 梓潼帝君의 垂訓曰 妙藥難醫寃債病이요, 橫財不富命窮人이라,
(제동제군) (수훈왈) (묘약난의원책병) (횡재불부명궁인)
生事事生君莫怨하고 害人人害汝休嗔하라,
(생사사생군막원) (해인인해여휴진)
天地自然皆有報하나니 遠在兒孫近在身이니라.
(천지자연개유보) (원재아손근재신)
재동 제군이 훈계를 내리기를,
묘약(妙藥)이라도 원통함이 빚이 된(원인이 된) 병을 고치기는 어려운 것이요,
횡재(橫財)라도 명(命)이 궁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지는 않느니라.
일을 내면 일이 생기는 것을 그대는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치면 남이 나를 해치는 것을 그대는 성내지 말라.
천지 자연이 모두 갚음이 있는지라, (그 갚음은)
멀으면 자식과 손자에게 있을 것이요, 가까우면 내 몸에 있을 것이니라.
52. 花落花開開又落이요, 金衣布衣更換着이라, 豪家未必常當貴요,
(화락화개개우락) (금의포의갱환착) (호가미필상당귀)
貧家未必長寂寞이라, 扶人未必上靑요, 推人未必塡溝壑이라,
(빈가미필장적막) (부인미필상청소) (추인미필전구학)
勸君凡事莫怨天하라, 天意於人無厚薄이니라.
(권군범사막원천) (청의어인무후박)
꽃이 떨어지면 꽃이 피고, 피면 또 떨어지며,
금의(金衣)와 포의(布衣)는 다시 바꿔 입을 수도 있는 법!
호화로운 집이 반드시 항상 당연히 귀한 것은 아니요,
가난한 집이 반드시 오래 적막하지는 않느니라.
남을 붙들어 줘도 반드시 푸른 하늘에 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요,
남을 밀어 버려도 반드시 구덩이를 메워 버릴 수는 없느니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모든 일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라.
하늘의 뜻은 사람에게 후함도 박함도 없느니라.
53. 堪歎人心毒似蛇요, 誰知天眼轉如車리요, 去年妄取東隣物이러니
(감탄인심독사충) (수지천안전여차) (거년망취동린물)
今日還歸北舍家라, 無義錢財湯潑雪이요, 儻來田地水推沙라,
(금일환귀북사가) (무의전재탕발설) (당래전지수추사)
若將狡譎爲生計면 恰似朝開暮落花이니라.
(약장교휼위생계) (흡사조개모락화)
사람 마음 독하기가 뱀과 같음을 탄식해 마지 않노라.
하늘의 눈(眼)이 수레바퀴처럼 구르는 것을 누가 알리요?
지난 해에 동쪽 이웃의 물건을 망령되이 가져왔더니
지금엔 결국 북쪽 집안으로 돌아가는구나.
의롭지 아니한 돈과 재물은 끓는 물을 눈(雪)에 붓는 격이요
(즉, 금방 없어진다는 뜻),
생각지 않게 들어온 전지(田地)는 물이 모래를 밀어내 듯 하네.
(즉, 물이 田地에 모래를 끌어 들여와 밭을 망친다는 뜻).
만약 교활한 속임수를 가지고 삶의 계책으로 삼으면
흡사 조개모락화(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과 같을 것이로다.
54. 無藥可醫卿相壽요, 有錢難買子孫賢이니라.
(무약가의경상수) (유전난매자손현)
약이 없어도 경상(卿相)과 같은 귀한 목숨은 구할 수 있으나,
돈은 있어도 자손의 어짐을 살 수는 없느니라.
55. 一日淸閑이면 一日仙이니라.
하루 마음이 청한하면(깨끗하고 한가하면) 그 하루 동안은 신선이 되느니라.
省心篇 上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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