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華嚴經)》 왕복서(往復序)에 나오는 법문이다.
왕복서는 당나라 때 오대산 스님이 기록한 《화엄경》의 서문이라 할 수 있다.
《화엄경》의 정식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으로
‘부처님의 세계는 넓고 크고 끝이 없어서 모든 중생과 사물을 포함할 수 있으며,
이는 마치 고상한 향기가 나는 꽃으로 장식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부유만덕 탕무섬진(富有萬德 蕩無纖塵)’은
세존(世尊)께서 정각(正覺)을 이룬 뒤에 하신 말씀으로
‘부유함은 만덕을 가졌고, 텅 비어 없음은 먼지 하나 없느니라’라는 뜻이다.
부유만덕(富有萬德)에서 흔히 부(富)라 하면
‘재물(財物)이 많고 넉넉함’을 생각하겠지만 여기서는 덕(德)이 많음을 부자라고 했다.
곧 많은 덕을 쌓아 그 열매가 장엄(莊嚴)하게 맺힘을 뜻한다.
이는 《화엄경》의 의미와도 직결된다.
수행(修行)의 결과는 덕과(德果)로 나타난다.
‘열매 과(果)’는 꽃의 희생에서 오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탕무섬진(蕩無纖塵)에서
탕(蕩) 자는 가산탕진(家産蕩盡), 도적소탕(盜賊掃蕩)이라고 할 때의 탕(蕩)으로,
모조리 휩쓸어 없애버려 휑하니 넓은 상태를 뜻한다.
‘광대(廣大)’ 또는 ‘태탕(.蕩)’의 의미로, 여기에는 가는 티끌, 곧 섬진(纖塵)조차 이를 수 없다.
적멸위락(寂滅爲樂)의 경계에서 노니는 자부심이라고나 할까.
욕심 많게
두 손으로 잡아보았자 두 개밖에 되지 않고,
놓으면 우주가 나의 것이 된다.
집지양개 방즉우주(執之兩個 放卽宇宙)로다.
부유만덕은 밖에 내놓아도 아무도 훔쳐갈 수 없고,
탕무섬진은 마음속에 넣어도 넓고 깨끗하다.
덕은 많이 질수록 가볍고, 죄는 아무리 적게 져도 무거울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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