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더 대왕과 철학자 디오게네스
디오게네스가 노예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리스를 정벌하고 코린토스에 머물러 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치가나 학자들의 알현을 받았다.
그는 디오게네스도 알현해 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철학자는 코린토스 교외의 클라네이온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
대왕은 이 완고한 철학자에게 흥미를 느껴 친히 그를 찾아갔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양지에
느긋하게 드러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미를 느끼고
그는 약간 머리를 쳐들고 흘깃 옆눈으로 쳐다보고는 다시 그대로 누워 버렸다.
대왕이 먼저 점잖게 입을 열었다.
"나는 대왕 알렉산드로스다!"
그러자 철학자도 조용히 말했다.
"나는 디오게네스다"
대왕이 물었다.
"너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대는 선한 자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선한 자를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는가?"
"소망이 있다면 내게 말해 보라"
이때 철학자는 한 손을 쳐들어 대왕을 떠밀듯이 하면서 말했다.
"햇볕을 가리지 말아 주오"
그러자 시종 무관들이 그의 오만함에 화가 나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대왕은 그들을 말리면서 한마디 했다.
"내가 만일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는 걸 원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