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때 양주팔괴(揚州八怪) 중의 한 명으로 유명한
서화가인 정판교(鄭板橋, 판교는 호이고 이름은 섭燮)라는 사람이 있다.
별칭 그대로 양주팔괴 중의 한 사람인 그는 참으로 괴짜가 아니었겠는가 만은,
시/서/화에 능해 삼절로 이름도 높았다고 하여,
그가 쓴 “난득호도(難得糊塗)는 지금도 많은 중국 사람들이 가훈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難 어려울 난/ 得 얻을 득/ 糊 풀 호/ 塗 진흙 도).
우리는 흔히 잘못된 보도를 들었을 때
"이야기를 호도하지 마라"라는 표현을 쓴다.
호도(糊塗)를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풀로 칠하고(糊) 진흙으로 덮는(塗) 것으로,
진실을 감추고 흐지부지하게 결말을 덮어버리려는 말이다.
그런데 이 호도를 사람의 경우에 빗대면 어떨까?
한마디로 흐리멍텅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난득호도(難得糊塗)란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어 보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로써,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정판교가 현령이 되어 거봉산을 찾았다가
어느 모옥(茅屋)에서 하루 밤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그 집 주인은 스스로를 어수룩히 살아가는 바보 늙은이라는 뜻으로 호도노인(糊塗老人)이라 소개하였다.
다음 날 호도노인은 집에 있는 큰 벼루를 보여주며 현령이 이곳까지 왔으니
벼루에 새길 좋은 글 하나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정판교는 하룻밤 고마움의 표시로 호도(糊塗)를 빗댄,
‘바보 되기 어렵다’는 뜻인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네 글자를 쓰고는
스스로를 과시하는 의미로
청나라 황제였던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때 과거에 합격했던 사람과 자기는 다름이 없다는 의미로
‘강희수재(康熙秀才) 옹정거인(雍正擧人) 건륭진사(乾隆進士)’라고 쓰고는
호도노인에게 남은 빈 곳에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호도노인은 아래와 같이 거침없이 글을 썼다.
득미석난(得美石難) : 아름다운 돌 얻기 어렵고
득완석우난(得頑石尤難) : 굳센 돌 특히 얻기 어렵지요
유미석전입완석갱난(由美石轉入頑石更難) : 아름다운 돌이 굳센 돌로 바뀌기는 더욱 어렵답니다
미어중완어외(美於中頑於外) : 아름다움은 속에 있고, 굳셈은 밖에 있지요
장야인지려(藏野人之廬) : 시골사람 오두막에 숨어 살뿐
불입부귀문야(不入富貴門也) : 부귀의 문 넘나들지 않습니다
노인이 쓴 이 글에 깜짝 놀란 정판교는
그제서야 산속에 사는 이 노인이 한 때 출중한 고관이었으나
부귀영화를 버리고 자신을 숨기며 바보인 척 살아가는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게 되어,
다시 붓을 들어 앞에 쓴 ‘난득호도’ 네 글자에 더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난득호도(難得糊塗) : 바보 되기 어렵다
총명난 호도난(聰明難 糊塗難) :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습니다
유총명이전입 호도경난(由聰明而轉入 糊塗更難) : 총명하면서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방일착 퇴일보 당하심안(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 :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지니
비도후래 복보야(非圖後來福報也) : 원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으로서 보답이 올 것입니다
즉, 난득호도는
'총명하기는 어렵고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는 말을 의미하는데,
역설적으로 보면 이렇게 어려운 만큼 학식이 뛰어나면서도 실력을 감추고 자신을 낮춰
어리석은 듯 행동하는 사람이 인품이 높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따라서 내가 과연 아는 것은 얼마만큼이고 모르는 것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면서 배우려고 하지는 않는지,
혹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뒤돌아보며 하루하루를 겸손하게 배우고 익히기를 중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치부전(假痴不癲)
자신의 어리숙함을 가장하여 상대방을 안심시킨 후 접근하여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얻음.
假: 거짓 가,멀 하,이를 격
痴: 어리석을 치
不: 아닐 부,아닐 불
癲: 미칠 전
韜晦無露圭角(도회무로규각)
재능을 감추어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하다.
‘도회(韜晦)’는 재능을 싸서 감추는 것,
‘규각(圭角)’은 뾰족한 모서리로 재능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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