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高日月明(천고일월명) 하늘이 높으매 해와 달이 밝고
地厚草木生(지후초목생) 땅이 두터우니 풀과 나무가 자라는 도다
春來梨花白(춘래이화백) 봄이 오니 배꽃이 하얗고
夏至樹葉靑(하지화서청) 여름에 이르니 나뭇잎이 푸르도다.
秋涼黃菊發(추량국화발) 가을이 서늘하니 누른 국화가 만발하고
寒白雪來(동한백설래) 겨울이 차니 흰 눈이 오는 도다.
月出天開眼(월출천개안) 달이 뜨니 하늘이 눈을 뜨는 것 같고
山高地擧頭(산고지거두) 산이 솟으니 땅이 머리를 드는 것 같다.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 사람의 마음은 아침과 저녁으로 변하나
山色古今同(산색고금동)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로다.
日月千年鏡(일월천년경) 해와 달은 천년의 거울이요
江山萬古屛(강산만고병) 산과 강은 만년의 병풍이로다.
東西日月門(동서일월문) 동과 서는 해아 달의 문이요
南北鴻雁路(남북홍안로) 남과 북은 기러기 떼의 길이로다.
十年燈下苦(십년등하고) 십년을 등잔아래서 고생하더니
三日馬頭榮(삼일마두영) 삼일동안 말머리에서 영화를 누리는 도다
一日不讀書(일일불독서)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아니하면
口中生荊棘(구중생형극) 입 안에 가시가 돋아나는 도다.
江山萬古主(강산만고주) 강과 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人物百年賓(인물백년빈) 사랑는 백년의 손님이로다.
春北秋南雁(춘북추남안) 봄엔 북쪽, 가을엔 남쪽으로 가는 기러기요
朝西暮東虹(조서모동홍) 아침에는 서쪽, 저녁에는 동쪽에 뜨는 무지개로다.
日月籠中鳥(일월농중조)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요
乾坤水上萍(건곤수상평) 하늘과 땅은 물위의 부평초이로다.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봄물은 사방 연못에 가득차고
夏雲多奇峯(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더라.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게 빛나 떨치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겨울 고개는 외로운 소나무만 뻬어나도다.
日暮鷄登塒(일모계등시) 해가 저무니 닭이 홰에 오르고
天寒鳥入簷(천한조입첨) 날씨가 차니 새가 처마로 드는 도다.
松作迎客蓋(송작영객개) 소나무는 손님을 맞이하는 일산을 짓고
月爲讀書燈(월위독서등) 달은 글을 읽는 등불이 되는 도다.
桃梨千機錦(도리천기금) 복숭아 꽃과 자두꽃는 일천 베틀의 비단이요
江山一畵屛(강산일화병) 강과 산은 한 폭의 병풍이로다.
微雲過河漢(미운과하한) 가는 구름은 은하수를 자나고
疎雨滴梧桐(소우적오동) 성긴 비는 오동잎에 떨어지는 도다.
學文千載寶(학문천재보) 글을 배움은 천년의 보배요
貪物一朝塵(탐물일조진) 물건을 탐함은 하루아침의 이슬이다.
柳幕鶯爲客(류막앵위객) 버드나무 장막에는 꾀꼬리가 객이되고
花房蝶作郞(화방접작랑) 꽃방에은 나비가 신랑이 되는도다
山外山不盡(산외산부진) 산 밖에 산이 이어지고
路中路無窮(노중노무궁) 길 가운데 길이 다함이 없도다.
飮酒人顔赤(음주인안적) 술을 마신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고
食草馬口靑(식초마구청) 풀을 먹은 말의 입은 푸르도다
雨後山如沐(우후산여목) 비온 뒤에 산은 목욕한 것 같고
風前草似醉(풍전초사취) 바람 앞은 풀은 취한 것 같도다
花笑聲未聽(화소성미청) 꽃이 웃어도 소리는 듣지 못하고
鳥啼淚難看(조제루난간) 새는 울어도 그 눈물을 보기가 어렵도다
風驅群飛雁(풍구군비안) 바람은 무리 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月送獨去舟(월송독거주) 달은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하는 도다.
小園鶯歌歇(소원앵가헐) 소원에은 꾀꼬리의 노래가 쉬고
長門蝶舞多(장문접무다) 장문궁에는 나비의 춤이 많도다.
風窓燈易滅(풍창등이멸) 바람부는 창문에는 등불이 꺼지기 쉽고,
月屋夢難成(월옥몽난성) 달빛 비치는 집에는 꿈을 이루기 어렵도다
白鷺一點雪(백로일점설) 백로는 천 점의 눈이요
黃鶯一片金(황앵일편금) 노란 꾀꼬리는 한 조각의 금이로다.
東西幾萬里(동서기만리) 동과 서는 몇 만리 인고
南北不能尺(남북불능척) 남과 북은 능히 자로 재지 못하는 도다.
狗走梅花落(구주매화락) 개가 달리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鷄行竹葉成(계행죽엽성) 닭이 다니니 대나무 잎을 이루는 도다.
竹筍黃犢角(죽순황독각) 죽순은 노란 송아지의 뿔이요
蕨芽小兒拳(궐아소아권) 고사리 싹은 작은 아이의 주먹이로다.
白雲山上蓋(백운산상개) 흰 구름은 산 위의 일산이요
明月水中珠(명월수중주) 밝은 달은 물 가운데 구슬이로다.
花紅黃蜂鬧(화홍백운료) 꽃이 붉으니 누런 벌이 시끄럽고
草綠白馬嘶(초록백마사) 풀이 푸르니 흰말이 우는 도다.
耕田埋春色(경전매춘색) 밭을 가니 봄빛이 묻히고
汲水斗月光(급수두월광) 물을 길으니 달빛을 두레박질 하는 도다.
畵虎難畵骨(화호난화골) 범을 그리되 뼈를 그리기 어렵고
知人未知心(지인미지심) 사람을 알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도다.
秋葉霜前落(추엽상전락) 가을 잎은 서리 앞에서 떨어지고,
春花雨後紅(춘화우후홍) 봄꽃은 비온 뒤에 더욱 붉도다.
雨滴沙顔縛(우적사안박) 비가 방울져 떨어지니 모래의 얼굴이 얽고,
風來水先動(풍래수선동) 바람이 불어오니 수면이 찡그려지는 도다.
吹火女脣尖(취화여순첨) 불을 부는 여인의 입술은 뾰족하고,
脫弁僧頭圓(탈변승두원) 고깔을 벗은 중의 머리는 둥글도다.
天傾西北邊(천경서북변) 하늘은 서북 변으로 기울고,
地卑東南界(지비동남계) 땅은 동쪽과 남쪽의 경계로 낮아지는 도다.
花有重開日(화유중개일) 꽃은 거듭 피는 날이 있으나
人無更少年(인무갱소년) 사람은 다시 젊어지는 해가 없도다.
鳥逐花間蝶(조축화간접)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고
鷄爭草中蟲(계쟁초중충) 닭은 풀 가운데 벌레를 다투는 도다.
山影推不出(산영추불출) 산 그림자는 밀어도 나아가지 아니하고
月光掃還生(월광소환생) 달빛은 쓸어도 도로 생기는 도다.
鳥喧蛇登樹(조훤사등수) 새가 지저귐은 뱀이 나무에 오름이요
犬吠客到門(견폐객도문) 개가 짖음은 손님이 문에 이름이로다.
風來水面嚬(풍래수면빈) 바람이 불어오니 물이 먼져 움직이고
雨齋雲始散(우재운시산) 비가 개이니 구름이 비로소 흩어지는 도다.
石蹲壯士拳(석준장사권) 돌이 꿇어앉으니 장사의 주먹이요
峰尖文章筆(봉첨문장필) 봉우리가 뾰족하니 문장의 붓이로다.
高峰撑天立(고봉탱천립)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지탱하여 서고
長江割地去(장강할지거) 긴 강은 땅을 가르며 가는 도다.
野廣天低樹(야광천저수) 들이 넓으니 하늘이 나무보다 낮고
江淸月近人(강청월근인) 강이 맑으니 달이 사람에 가깝도다.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못 가의 나무에서 자고
僧鼓月下門(승고월하문) 중은 달 아래서 북을 두드리는 도다.
水鳥浮還沒(수조부환몰) 물새는 떴다가 도로 잠기고
山雲斷復連(산운단부련) 산 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도다
棹穿波底月(도천파저월) 노는 물결 밑의 달을 뚫고
船壓水中天(선압수중천) 배는 물가운데 하늘을 누르는 도다
西亭江上月(서정강상월) 서쪽 정자는 강 위의 달이요
東閣雪中梅(동각설중매) 동쪽 누각은 눈 가운데 매화로다.
惜花愁夜雨(석화수야우) 꽃을 아끼매 밤비를 금심하고
病酒怨春鶯(병주원춘앵) 술에 병들매 봄 꾀꼬리를 원망하는 도다.
五夜燈前晝(오야등전주) 오경의 밤이라도 등잔 앞은 낮이요,
六月亭下秋(육월정하추) 유월이라도 정자아래는 가을이로다.
鳧耕蒼海去(부경창해거) 물오리는 푸른 바다를 밭 갈며 가고
鷺割靑山來(로할청산래) 백로는 푸른 산을 가르며 오는 도다.
栗黃鼯來拾(율황오래습) 밤이 누러니 다람쥐가 와서 줍고
柿紅兒上摘(시홍아상적) 감이 붉으매 아이가 올라가 따는 도다.
日暮蒼山遠(일모창산원) 날이 저무니 푸른 산이 멀어지고
天寒白屋貧(천한백옥빈) 날씨가 차니 쓸쓸한 집이 더욱 가난하도다.
雨脚尺天地(우각척천지) 빗줄기는 하늘과 땅을 자로 재고
雷聲叱江山(뇌성질강산) 우레 소리는 강과 산을 꾸짖는 도다.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산비는 밤에 대나무를 울리고
草蟲秋入床(초충추입상) 풀벌레는 가을에 평상으로 드는 도다.
歲去人頭白(세거인두백) 세월이 가니 사람의 머리가 희어지고
秋來樹葉黃(추래수엽황) 가을이 오니 나뭇잎이 누렇도다.
洞深花意懶(동심화의라) 골짜기다 깊으니 꽃의 뜻이 게으르고,
山纍水聲幽(산류수성유) 산이 거듭되니 물소리가 그윽하도다.
群星陳碧天(군성진벽천) 무리진 별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치고
落葉戰秋山(낙엽전추산) 떨어지는 잎은 가을 산에서 싸우는 도다.
靜裡乾坤大(정리건곤대) 고요함 속에 하늘과 땅이 크고
閑中日月長(한중일월장) 한가한 가운데 해와 달이 길도다.
白酒紅人面(백주홍인면) 흰 술은 사람의 얼굴을 붉게 하고
黃金黑吏心(황금흑이심) 황금은 아전의 마음을 검게 하는 도다.
男奴負薪去(남노부신거) 남자 종은 나무를 지고 가고
女婢汲水來(여비급수래) 여자 종은 물을 길어서 오는 도다.
家貧思賢妻(가빈사현처) 집이 가난해지니 어진 아내가 생각나고
國亂思良相(국란사양상) 나라가 어지러워지니 어진 재상이 생각나는 도다.
碧海黃龍宅(벽해황룡댁)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요
靑松白鶴樓(청송백학루)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의 누각이로다.
露凝千片玉(노응천편옥) 이슬이 어리매 천 조각의 구슬이요
菊散一叢金(국산일총금) 국화가 펼쳐지매 한 떨기의 금이로다
水去不復來(수거불부래) 물은 흘러가매 다시 돌아오지 아니하고
言出難更收(언출난갱수) 말을 내매 다시 거두기 어렵도다.
月爲無柄扇(월위무병선)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星作絶纓珠(성작절영주) 별은 끈 끊어진 구슬과 짖는 도다.
馬行駒隨後(마행구수후) 말이 가매 망아지 뒤를 따르고
牛耕犢臥原(우경독와원) 소가 밭 갈매 송아지가 언덕에 누워있는 도다
月作雲間鏡(월작운간경) 달은 구름 사이의 거울을 짓고
風爲竹裡琴(풍위죽리금) 바람은 대나무 속의 거문고가 되는 도다.
綠水鷗前鏡(녹수구전경) 푸른 물은 갈매기의 거울이 되고
靑松鶴後屛(청송학후병) 푸른 솔은 학을 위한 병풍이 되네.
落花憐不掃(낙화련불소) 꽃이 떨어지매 가여워 쓸지 못하고
月明愛無眠(월명애무면) 달이 밝으매 아까워 잠을 이룰 수가 없도다
柳色黃金嫩(류색황금눈) 버들 빛은 황금처럼 곱고
梨花白雪香(이화백설향) 배꽃은 흰 눈의 향기로다.
怒虎誠難犯(노호성난범) 성난 범은 진실로 범하기 어렵고
飢狗走隣家(기구주인가) 굶주린 개는 이웃집으로 달리는 도다.
月移山影改(월이산영개) 달이 옮기니 산 그림자가 고쳐지고
日下樓痕消(일하루흔소) 해가 지니 누각의 흔적이 사라지는 도다.
鳥飛枝二月(조비지이월) 새가 나니 가지가 한들한들하고
風吹葉八分(풍취엽팔분) 바람이 부니 잎이 사푼사푼하 도다.
天長去無執(천장거무집) 하늘이 기니 가서 잡을 수가 없고
花老蝶不來(화로접불래) 꽃이 늙으니 나비가 오지 않는 도다.
短池孤草長(단지고초장) 작은 연못에는 외로운 풀이 자라고
通市求利來(통시구리래) 통한 시장에는 이익을 구하려 오는 도다.
好博閑忘宅(호박한망택) 놀음을 좋아하니 한가히 집안을 잊고
看章細覺情(간장세각정) 글을 보니 가늘게나마 뜻을 깨닫는 도다.
無水立沙鷗(무수입사구) 물이 없으니 갈매기가 모래위에 서고
排草失家蟻(배초실가의) 풀을 베니 개미가 집을 잃는 도다
花作娼女態(화작창녀태) 꽃은 아름다운 여자의 모양을 짖고
松守丈夫心(송수장부심) 소나무는 장부의 마음을 지키는 도다.
月到天心處(월도천심처) 달은 하늘의 중심의 곳에 이르고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 바람은 수면에 때때로 불어오는 도다,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 일반의 맑은 의미를
料得少人知(료득소인지) 헤아려 얻건대 아는 이가 적도다.
馬行千里路(마행천리로) 말은 천리 길을 가고
牛耕百畝田(우경백무전) 소는 백 묘의 밭을 가는 도다.
月爲大將軍(월위대장군) 달은 대장군이 되고
星作百萬師(성작백만사) 별은 백만 군사를 짓는 도다.
靑松君子節(청송군자절) 푸른 소나무는 군자의 절개요
綠竹烈女貞(녹죽열녀정) 푸른 대나무는 열녀의 정조로다.
白日莫虛送(백일막허송)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靑春不再來(청춘불재래)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 도다.
林風涼不絶(림풍량부절) 수풀 바람은 서늘하여 끊이지 아니하고
山月曉仍明(산월효잉명) 산 속의 달은 새벽에 더욱 밝도다.
大旱得甘雨(대한득감우) 큰 가뭄에 단비를 얻고
他鄕逢故人(타향봉고인)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나는 도다.
日出扶桑路(일출부상로) 해는 부상 길로 나오고
暮入若木枝(모입약목지) 저물면 약목의 가지로 드는 도다.
燕語雕樑晩(연어조량만) 제비는 새겨진 들보 끝에서 지저귀고
鶯啼綠樹深(앵제녹수심) 꾀꼬리는 푸른 나무숲 깊은 곳에서 우는 도다.
花落以前春(화락이전춘) 꽃이 떨어지기 이전의 봄이요
山深然後寺(산심연후사) 산이 깊은 연후에 절이 있도다.
猿嘯風中斷(원소풍중단) 원숭이 휘파람 소리는 바람가운데 끊어지고
漁歌月下聞(어가월하문) 고기잡이 노래가는 달빛아래 들리는 도다.
山鳥下廳舍(산조하청사) 산새는 청사에 내리고
簷花落酒中(첨화락주중) 처마의 꽃은 술잔 가운데 떨어지는 도다.
人分千里外(인분천리외) 사람은 천리 밖으로 나누어져 있고
興在一杯中(흥재일배중) 흥은 한 잔의 술 속에 있는 도다.
掬水月在手(국수월재수) 물을 움키니 달이 손 안에 있고
弄花香滿衣(농화향만의)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
興來無遠近(흥래무원근) 흥겨움이 오니 멀고 가까움이 없고
欲去惜芳菲(욕거석방비) 가고자 하니 꽃다운 향기가 아깝도다.
雲作千層峰(운작천층봉) 구름은 천 층의 봉우리를 짓고
虹爲百尺橋(홍위백척교)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가 되는 도다.
掃地黃金出(소지황금출)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開門萬福來(개문만복래) 문을 여니 만복이 오는 도다.
洗硯魚呑墨(세연어탄묵)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가 먹을 삼키고
烹茶鶴避煙(팽차학피연) 차를 달이니 학이 연기를 피하는 도다.
柳塘春水漫(류당춘수만) 버드나무 둑에는 봄물이 넘치고
花塢夕陽遲(화오석양지) 꽃 핀 언덕에는 저녁별이 더디도다.
白蝶紛紛雪(백접분분설) 흰 나비는 어지럽게 날리는 눈이요
黃鶯片片金(황앵편편금) 누런 꾀꼬리는 조각조각 금이로다.
文章李太白(문장이태백) 문장은 이태백이요
筆法王羲之(필법왕희지) 필법은 황희지로다.
春意無分別(춘의무분별) 봄뜻은 분별이 없고
人情有淺深(인정유천심) 인정은 얕고 깊음이 있다.
初月將軍弓(초월장군궁) 초승달은 장군의 활이요
流星壯士矢(유성장사시) 흐르는 별은 장사의 화살이로다
氷解魚初躍(빙해어초약) 얼음이 풀리니 물고기가 처음으로 뛰고
風和雁欲歸(풍화안욕귀) 바람이 화창하니 기러기가 돌아가려고자 하는 도다.
高山白雲起(고산백운기) 높은 산에는 흰 구름이 일어나고
南原芳草綠(남원방초록) 남쪽 언덕에는 꽃다운 풀이 푸르도다.
父母千年壽(부모천년수) 부모님은 천년을 사시고
子孫萬世榮(자손만세영) 자손은 만세까지 영화를 누리는 도다.
竹筍尖如筆(죽순첨여필) 죽순은 뾰족하여 붓과 같고
松葉細似針(송엽세사침) 솔잎은 가늘어 바늘과 같도다.
水連天共碧(수련천공벽) 물은 하늘에 연하여 함께 푸르고
風與月雙淸(풍여월쌍청) 바람은 달과 더불어 둘 다 맑도다.
曳杖石鷄鷄(예장석계계) 막대기를 끄니 돌이 달달거리고
伐木山雉雉(벌목산치치) 나무를 베니 산이 껑껑 울리는 도다.
蝶翅輕翻粉(접시경번분) 흰나비가 날면 하얀 가루가 흩날리는 것 같고
鶯聲巧囀簧(앵성교전황) 꾀꼬리 소리는 아름다운 피리소리처럼 들리네.
五老峰爲筆(오로봉위필) 오로봉을 붓을 삼고
三湘作硯池(삼상작연지) 삼상으로 벼룻물로 하여
靑天一張紙(청천일장지) 푸른 하늘 한 장의 종이에
寫我腹中詩(사아복중시) 내 마음속 시를 쓰는 도다.
林亭秋己晩(임정추이만) 수풀 정자에는 이미 가을이 저물었고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뜻은 다함이 없도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먼물은 하늘에 연하여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하여 붉도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롭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는 도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느 곳으로 가는고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소리는 구름가운데 끊어지는 도다.
君在臣先死(군재신선사) 임금이 계신데 신하가 먼저 죽고
母在子先死(모재자선사) 어머니가 계신데 아들이 먼저 죽으니
皆非臣子義(개비신자의) 다 신하와 자식된 도리가 아니나
無奈死於死(무나사어사) 죽을 때 죽는 것은 어찌할 수 있으랴.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을 두드려 목숨을 재촉하니
西風日欲斜(서풍일욕사) 서쪽 바람에 해도 기울고자 하는 도다.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황천길에는 객점이 없다고 하니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에는 누구의 집에서 잘고,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오직 괴로움을 읆으니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길에서는 知音이 적도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밖에 한밤중 비가 내리니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불 앞은 만리의 마음이로다.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십 오세의 아리따운 소녀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사람이 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하더니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돌아와 겹 문을 가리고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배꽃을 비추는 달을 향하여 우는 도다.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를 지나서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잠시 부벽루에 오르니
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 성은 비었고 달만 한 조각인데
石老雲千秋(석로운천추) 돌은 늙어 구름만 천년이로다
麟馬去不返(린마거불반) 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으니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는 고,
長嘯倚風燈(장소의풍등) 길게 휘파람을 불며 풍등에 의지하니
山靑江自流(산청강자류) 산은 푸르고 강물은 저절로 흐르는 도다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수국에 가을빛이 저무니
驚寒雁陳高(경한안진고)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만 높도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 금심하는 마음으로 전전하는 밤에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쇠잔한 달만 활과 칼을 비추는 도다.
春雨細不滴(춘우세불적) 봄비는 가늘어 방울지지 못하고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밤중에 가느다란 소리만 있도다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눈이 녹으니 남쪽 시내가 넘치고
草芽多少生(초아다소생) 푸른 싹이 다소 돋아나는 도다.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홀로 앉아 있어도 오는 손님 없고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빈 뜰에는 비 기운만 저무는 도다.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물고기가 흔들어 연꽃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까치가 밟아 나뭇가지 끝이 뒤집히는 도다.
1.
花笑檻前聲未聽(화소함전성미청) 꽃이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林下漏難看(조제림하누난간) 새가 수풀 아래서 우는데 눈물은 보기 어렵도다.
2.
花含春意無分別(화함춘의무분별) 꽃은 봄뜻을 머금고 있어도 누구에게나 나누어 다름이 없지만
物感人情有淺心(물감인정유천심) 자연에서 느끼는 사람의 정은 옅고 깊음이 있도다.
3.
花因雨過紅將老(화인우과홍장노) 꽃은 비가 지남으로써 붉은 빛이 장차 늙어지고
柳被風欺綠漸除(류피풍기녹점제) 버들은 바람에 업신여김을 입어 푸른빛이 점점 덜하다.
4.
花下露垂紅玉軟(화하로수홍옥연) 꽃 아래 이슬이 맺히니 붉은 구슬이 연하고
柳中煙鎖碧羅輕(류중연쇄벽라경) 버들 숲 가운데 연기가 잠기니 푸른 비단이 가벼운 듯하다.
5.
花不送春春自去(화불송춘춘자거) 꽃은 봄을 보내지 않았지만 봄은 스스로 물러가고
人非迎老老相侵(인비영노노상침) 사람은 늙음을 맞으려 아니해도 늙음이 서로 침노하는구나.
6.
風吹枯木晴天雨(풍취고목청천우) 바람이 고목에 부니 맑은 하늘에 비 오는 듯 하고
月照平沙夏夜霜(월조평사하야상) 평탄한 모래밭에 달이 비치니 여름밤에 서리가 내린 듯하다.
7.
風射破窓燈易滅(풍사파창등이멸) 찢어진 창을 뚫고 바람이 들어오니 등불이 꺼지기 쉽고
月穿疎屋夢難成(월천소옥몽난성) 낡은집에 달빛드니 잠이루기 어렵구나
8.
花衰必有重開日(화쇠필유중개일) 꽃은 시들어도 반드시 다시 필 날이 있거니와
人老曾無更少年(인노증무경소년) 사람은 늙으면 일찍이 젊은 시절이 다시 오지 않네.
9.
花色淺深先後發(화색천심선후발) 꽃 빛이 옅고 짙은 것은 먼저 피거나 뒤에 핌이요
柳行高下古今栽(류행고하고금재) 버드나무 키가 높고 낮은 것은 옛날과 지금 심은 탓이로다.
10.
花不語言能引蝶(화불어언능인접) 꽃은 말을 하지 않고도 나비를 잘 끌어 들이고
雨無門戶解關人(우무문호해관인) 비는 문이 없어도 통행 끊기를 아는구나.
11.
花間蝶舞紛紛雪(화간접무분분설) 꽃 사이에서 나비가 춤을 추니 눈이 흩날리는 듯하고
柳上鶯飛片片金(류상앵비편편금) 버들 위에 꾀꼬리 날아가니 한 마리 한 마리 금색이로다.
12.
花裏着碁紅照局(화리착기홍조국) 꽃 속에서 바둑을 두니 붉은 빛이 바둑판에 비추고
竹間開酒碧迷樽(죽간개주벽미준) 대숲에 술자리를 여니 푸른빛이 술동이에 어리네.
13.
花落庭前憐不掃(화락정전련불소) 뜰 앞에 꽃이 떨어지니 너무도 어여뻐 쓸기가 가련하고
月明窓外愛無眠(월명창외애무면) 창밖에 달이 밝으니 너무도 사랑스러워 잠을 이룰 수 없네.
14.
花前酌酒呑紅色(화전작주탄홍색) 꽃 앞에서 술을 따르며 붉은 꽃빛을 마시고
月下烹茶飮白光(월하팽다음백광) 달 아래서 차를 다리며 흰 달빛을 마시네.
15.
花紅小院黃蜂鬧(화홍소원황봉료) 꽃이 작은 뜰에 붉게 피자 황금빛 벌들이 모이고
草綠長堤白馬嘶(초록장제백마식) 풀이 긴 언덕에 푸르니 흰말이 우렁차게 우는구나.
16.
花迎暖日粧春色(화영난일장춘색) 꽃은 따스한 날을 맞아 봄빛을 단장하고
竹帶淸風掃月光(죽대청풍소월광) 대는 맑은 바람을 맞아 달빛을 쓰는구나.
17.
郊外雨餘生草綠(교외우여생초록) 뜰 밖에 비가 흠신 적시자 자라나는 풀잎이 푸르고
檻前風起落花紅(함전풍기락화홍) 난간 앞에 바람이 불자 떨어지는 꽃잎이 붉구나.
18.
霜着幽林紅葉落(상착유림홍엽락) 그윽한 수풀에 서리가 내리더니 단풍잎이 떨어지고
雨餘沈院綠苔生(우여침원록태생) 깊은 뜰에 비가 흠씬 적시니 푸름 이끼가 자라는구나.
19.
月作利刀栽樹影(월작리도재수영) 초승달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무 그림자를 자르고
春爲神筆畵山形(춘위신필화산형) 봄은 신기한 붓이 되어 산 빛을 곱게 그리는구나.
20.
山外有山山不盡(산외유산산부진) 산 밖에 산이 있으니 산은 끝이 없고
路中多路路無窮(로중다로로무궁) 길 가운데 길이 많으니 길은 무궁하구나.
21.
山上白雲山上盖(산상백운산상개) 산마루에 걸친 흰 구름은 산위의 양산이요
水中明月水中珠(수중명월수중주) 물속의 밝은 달은 물속의 구슬이로구나.
22.
山疊未遮千里夢(산첩미차천리몽) 산은 첩첩하여도 천리의 꿈을 가리지 못하고
月孤相照兩鄕心(월고상조량향심) 달은 외로워도 두 고향 마음에 서로 비추는구나.
23.
山僧計活茶三椀(산승계활다삼완) 산 스님의 생활은 차 세 사발이오,
漁父生涯竹一竿(어부생애죽일간) 어부의 생애는 낚싯대 하나로다.
24.
竹根迸地龍腰曲(죽근병지용요곡) 대 뿌리가 땅위로 솟으니 용의 허리가 굽은 듯 하고
蕉葉當窓鳳尾長(초엽당창봉미장) 파초 잎이 창에 마주치니 봉황새 꼬리처럼 길도다.
25.
耕田野叟埋春色(경전야수매춘색) 들에서 밭가는 노인은 봄빛을 땅에 묻고
汲水山僧斗月光(급수산승두월광) 산에서 물 긷는 중은 달빛을 되질하는구나.
26.
聲痛杜鵑啼落月(성통두견제락월) 통곡하는 두견새는 지는 달빛을 보고 서러워 울고
態娟籬菊慰殘秋(태연리국위잔추) 울밑의 어여쁜 국화는 저무는 가을을 위로하네.
27.
遲醉客欺先醉客(지취객기선취객) 더디 취한 손님이 먼저 취한 손님을 기만하고
半開花笑未開花(반개화소미개화) 반만 핀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릴 비웃는구나.
28.
紅袖遮容雲裡月(홍수차용운리월) 붉은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니 구름속의 달이요
玉顔開笑水中蓮(옥안개소수중련) 옥 같은 얼굴로 활짝 웃으니 물속의 연꽃이로구나.
29.
靑菰葉上凉風起(청고엽상량풍기) 연못의 줄 잎 위에 서늘한 바람이 일고
紅蓼花邊白鷺閑(홍료화변백로한) 물가의 붉은 역귀 꽃 옆에 백로가 한가롭게 노는구나.
30.
竹筍初生黃犢角(죽순초생황독각) 죽순이 처음 나는데 송아지의 뿔 같고
蕨芽已作小兒拳(궐아이작소아권) 고사리가 싹이 트는데 어린아이 손 같구나.
31.
竹芽似筆難成字(죽아사필난성자) 죽순이 붓과 같으나 글씨는 쓰지 못하고
松葉如針未貫絲(송엽여침미관사) 솔잎이 바늘 같으나 실을 꿰지 못하는구나.
32.
山影入門推不出(산영입문퇴불출) 산 그림자가 문에 들어와 밀어도 나가지 않고
月光鋪地掃還生(월광포지소환생) 달빛이 땅에 퍼져 쓸어도 쓸리지 않네.
33.
更深嶺外靑猿嘯(경심령외청원소) 밤 깊은 고개 너머엔 원숭이가 휘파람 불고
煙淡沙頭白鷺眠(연담사두백로면) 연기가 맑은 모래 위에는 백로가 조는구나.
34.
江樓燕舞知春暮(강루연무지춘모) 강변 누각에 제비가 춤추는 걸 보니 봄이 가는 줄 알겠고
壟樹鶯歌想夏天(농수앵가상하천) 밭두둑 나무에 꾀꼬리가 노래 부르니 여름이 오는 줄 알겠구나.
35.
水鳥有情啼向我(수조유정제향아) 물새는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고
野花無語笑征人(야화무어소정인) 들꽃은 말이 없어 웃으면서 길손을 보내는 구나
36.
地邊洗硯漁呑墨(지변세연어탄묵) 연못가에서 벼루를 씻으니 고기가 먹물을 머금고
松下烹茶鶴避煙(송하팽다학피연) 소나무 아래서 차를 다리니 학이 연기를 피하는구나.
37.
風飜白浪花千片(풍번백량화천편) 바람이 흰 물결을 뒤척이니 꽃이 천 떨기요
雁點靑天字一行(안점청천자일행) 기러기가 푸른 하늘에 점점이 날아가는데 한일자 줄이로구나.
38.
龍歸曉洞雲猶濕(용귀효동운유습) 용이 새벽 골짜기에 돌아드니 구름이 아직도 축축하고
麝過春山草自香(사과춘산초자향) 사향노루가 봄 동산을 지나가니 풀이 저절로 향기롭구나.
39.
山含落照屛間畵(산함락조병간화) 산이 낙조를 머금으니 병풍 속의 그림이요
水泛殘花鏡裏春(수범잔화경리춘) 물이 떨어진 꽃을 띄우니 거울속의 봄이로구나.
40.
春前有雨花開早(춘전유우화개조) 봄이 오기 전에 비가 내리니 꽃이 일찍 피고
秋後無霜葉落遲(추후무상엽락지) 가을이 지나도 서리가 없으니 낙엽이 아직 지지 않는구나.
41.
野色靑黃禾半熟(야색청황화반숙) 들 빛이 푸르고 누른 것은 벼가 반만 익었기 때문이요
雲容黑白雨初晴(운용흑백우초청) 구름 빛이 검고 흰 것은 이제 막 비가 그쳤기 때문이네
42.
柳爲翠幕鶯爲客(류위취막앵위객) 버들잎이 푸른 장막을 이루니 꾀꼬리는 손님으로 오고
花作紅房蝶作郞(화작홍방접작랑) 꽃이 신방을 이루니 나비가 신랑으로 오도다.
43.
千竿碧立依林竹(천간벽립의림죽) 수없이 푸르게 서 있는 것은 수풀을 의지한 대나무요
一點黃飛透樹鶯(일점황비투수앵) 한 점 노랗게 날아다니는 것은 나무사이의 꾀꼬리다
44.
白鷺下田千點雪(백로하전천점설) 흰 해오라기 떼 지어 밭에 내려앉으니 수 천 점의 눈송이요
黃鶯上樹一枝金(황앵상수일지금) 노오란 꾀꼬리가 나무 위에서 나니 나뭇가지에 달린 한 개의 금덩이로다
45.
白雲斷處見明月(백운단처견명월) 흰 구름이 사라지니 하늘에는 밝은 달이 보이고
黃葉落時聞擣衣(황엽락시문도의) 노오란 단풍잎이 떨어지니 마을에선 다듬이질 소리가 들리네.
46.
白躑躅交紅躑躅(백척촉교홍척촉) 흰 철쭉은 붉은 철쭉과 섞여있고
黃薔薇對紫薔薇(황장미대자장미) 노란 장미는 붉은 장미와 마주보고 피었구나.
47.
紅顔淚濕花含露(홍안루습화함로) 고운 얼굴에 눈물이 지니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고
素面愁生月帶雲(소면수생월대운) 흰 얼굴에 수심이 어리니 밝은 달이 구름을 두른 듯하네.
48.
風驅江上群飛雁(풍구강상군비안) 바람은 강위에 나는 기러기 떼를 몰아오고
月送天涯獨去舟(월송천애독거주) 달은 하늘 끝에서 외로운 배를 떠나보내는구나.
49.
月鉤蘸水魚驚釣(월구잡수어경조) 초승달이 물에 잠기니 고기가 낚시 바늘인가 놀라고
煙帳橫山鳥畏羅(연장횡산조외라) 연기가 산을 가로질러 장막을 치니 새가 그물인가 두려워하네.
50.
地中荷葉魚兒傘(지중하엽어아산) 못 가운데 연잎은 고기들의 양산이요
梁上蛛絲燕子簾(량상주사연자렴) 대들보 위의 거미줄은 제비들의 주렴이로다.
51.
修竹映波魚怯釣(수죽영파어겁조) 긴 대나무가 물결에 드리우니 고기가 낚싯대로 알고 겁내고
垂楊俠道馬驚鞭(수양협도마경편) 긴 버들가지가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채찍으로 알고 놀라네.
52.
垂柳一村低酒旆(수류일촌저주패) 버들가지 드리운 한 마을에는 술집 깃발들이 나직이 있고
平沙兩岸泊魚舟(평사량안박어주) 모래 평평한 양쪽 언덕에는 고기배가 잠을 자네
53.
珠簾半捲迎山影(주렴반권영산영) 주렴을 반만 걷어 산 그림자를 맞이하고
玉牖初開納月光(옥유초개납월광) 옥창을 처음 열어 달빛을 끌어 들이네
54.
十里松陰濃萬地(십리송음롱만지) 십리를 이은 소나무 그림자는 땅에 가득히 짙고
千重岳色翠浮天(천중악색취부천) 천겹 산빛은 맑은 하늘에 파랗게 떠있구나
55.
雨晴海嶠歸雲嫩(우청해교귀운눈) 바다에 비가 개니 산길에 돌아오는 구름이 아름답구나.
風亂山溪落葉嬌(풍란산계락엽교) 산에 바람이 어지러우니 시냇가에 떨어지는 잎이 아름답도다.
56.
春鳥弄春春不怒(춘조롱춘춘불노) 봄새가 봄을 희롱해도 봄은 성내지 않고
曉鷄唱曉曉無言(소계창효효무언) 새벽닭이 새벽을 노래해도 새벽은 말이 없구나.
57.
春庭亂舞尋花蝶(춘정난무심화접) 봄 뜰에 어지러이 춤추는 것은 꽃을 찾는 나비
夏院狂歌選柳鶯(하원광가선류앵) 여름 뜰에서 미친 듯 노래하는 것은 버들을 찾는 꾀꼬리로구나
58.
松作洞門迎客盖(송작동문영객개) 소나무로 마을의 문을 만드니 손님을 맞는 양산이요
月爲山室讀書燈(월위산실독서등) 달이 산위의 집을 비치니 글방의 등이로구나.
59.
松含雪裏靑春色(송함설리청춘색) 소나무는 눈 속에서도 푸른 봄빛을 머금고
竹帶風前細雨聲(죽대풍전세우성) 대나무는 바람 때문에 가는 비 소리를 내는구나.
60.
石床潤極琴絃緩(석상윤극금현완) 돌 책상이 축축하니 거문고 줄이 늘어지고
水閣寒多酒力微(수각한다주력미) 강가의 누각이 몹시 추우니 술기운이 약해진다
61.
露凝垂柳千絲玉(노응수류천사옥) 이슬비 버들가지에 드리우니 천 가닥 실에 구슬이 맺혔고
日映長江萬頃金(일영장강만경금) 햇살이 긴 강물에 비치니 만 이랑이 금빛이로다
62.
花塢題詩香惹筆(화오제시향야필) 꽃핀 언덕에서 시를 지으니 꽃향기가 붓끝에 머물고
月庭彈瑟冷侵鉉(월정탄슬냉침현) 달 밝은 뜰에서 거문고를 타니 달의 냉기가 거문고 줄에 스미네
63.
風引鐘聲來遠洞(풍인종성래원동) 바람은 종소리를 이끌고 먼 마을에서 오고
月驅詩興上高樓(월구시흥상고루) 달빛은 시흥을 몰고 높은 다락으로 오르네
64.
拂石坐來衫袖冷(북석좌래삼수냉) 돌을 쓸고 앉으니 옷소매에 냉기가 스며오고
踏花歸去馬蹄香(답화귀거마제향) 꽃잎을 밟고 집으로 돌아가니 말발굽이 향기롭구나
65.
村逕繞山松葉滑(촌경요산송엽활) 마을길이 산을 빙 둘렀으니 떨어진 솔잎 위에 발이 미끄럽고
柴門臨水稻花香(시문림수도화향) 사립문이 논물을 향해 열려있으니 벼꽃 내음이 향기롭구나
66.
山月入松金破碎(산월입송금파쇄) 산위의 달빛이 솔밭에 들어오니 찬란한 금빛이 부서지고
江風吹水雪崩騰(강풍취수설붕등) 바람이 강물 위에 불어오니 하얀 눈이 흩날리네
67.
靑山繞屋雲生榻(청산요옥운생탑) 푸른 산이 집을 빙 두른 속에 구름이 책상에서 일어나고
碧樹低窓露滴簾(벽수저창로적렴) 푸른 나무가 창 아래까지 올라오자 이슬이 주렴을 적시는구나.
68.
粧閣美人雙鬢綠(장각미인쌍빈록) 집에서 화장하는 미인은 양쪽 귀밑이 파랗고
詠花公子一脣香(영화공자일순향) 꽃을 노래하는 귀공자는 한 일자 입술이 향기롭구나
69.
香入珠簾花滿院(향입주렴화만원) 꽃향기가 주렴 안으로 들어온 것은 꽃이 뜰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고
色當金壁月生雲(색당금벽월생운) 벽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은 달이 구름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네
70.
庭畔修篁篩月影(정반수황사월영) 뜰 가의 긴 대나무 가지는 달 그림자를 체질하고
門前細柳帶霜痕(문전세류대상흔) 문 앞의 실버들 가지에는 하얀 서리가 앉았네.
71.
輕揭畵簾容乳燕(경게화렴용유연) 멋진 주렴을 살짝 들어 제비가 새끼 치게 하고
暗垂珠淚送情人(암수주루송정인) 남 몰래 구슬 같은 눈물 흘리며 정든 임을 보내는구나.
72.
鬟揷玉梳新月谷(환삽옥소신월곡) 미인의 쪽진 머리에 옥비녀를 꽂으니 초승달이 머리에 걸린 듯 하고
眼含珠淚曉花濃(안함주루효화롱)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을 머금으니 새벽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구나.
73.
垂柳綠均鶯返囀(수류록균앵반전) 휘늘어진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짙은데 꾀꼬리가 돌아와 노래하고
群林紅盡雁廻聲(군림홍진안회성) 빽빽한 수풀에 붉은 빛이 걷히자 돌아오는 기러기 소리 구성지구나.
74.
糝逕楊花鋪白氈(참경양화포백전) 길가에 버들 꽃이 떨어지니 흰 융단을 깐 듯하고
點溪荷葉疊靑錢(점계하엽첩청전) 다문다문 물위의 연꽃잎은 푸른 동전을 쌓은 듯하네.
75.
春色每留階下竹(춘색매류계하죽) 봄빛은 섬돌 아래 대나무에 마냥 머물고
雨聲長在檻前松(우성장재함전송) 빗소리는 난간 앞 푸른 소나무에 오랫동안 나는구나.
76.
雪裏高松含素月(설리고송함소월) 눈 속의 늙은 소나무는 흰 달빛을 머금고
庭前修竹帶淸風(정전수죽대청풍) 뜰 앞의 높은 대나무는 맑은 바람을 띠었구나.
77.
軒竹帶風輕撼玉(헌죽대풍경감옥) 추녀 끝 대나무에 바람이 부니 가벼이 옥을 흔드는 듯하고
山泉遇石競噴珠(산천우석경분주) 산속 옹달샘물이 돌에 부딪치니 다투어 구슬을 뿜어 토하듯 하구나
78.
前澗飛流噴白玉(전간비류분백옥) 앞 시내에 흐르는 물은 흰 옥구슬을 뿜는 듯하고
西峰落日掛紅輪(서봉락이괘홍륜) 서산 봉우리에 떨어지는 해는 붉은 바퀴를 걸어놓은 듯하네.
79.
閉門野寺松陰轉(폐문야사송음전) 문 닫힌 고요한 절간에 소나무 그늘이 옮겨가고
欹枕風軒客夢長(기침풍헌색몽장) 바람 부는 난간에 베개를 베고 누우니 나그네 꿈이 길도다.
80.
春日鶯啼修竹裏(춘일행제수죽리) 봄날의 꾀꼬리는 무성한 대숲에서 울고
仙家犬吠白雲間(선가견폐백운간) 신선집 개는 흰 구름 사이에서 짖는구나.
81.
春光不老靑松院(춘광불노청송원) 봄빛은 푸른 소나무 뜰에서 늙지 아니하고
秋氣長留翠竹亭(추기장류취죽정) 가을은 푸른 대나무 정자에서 오래 머무는 구나
82.
身立風端細柳態(신립풍단세류태) 미인의 고운 몸매 바람결에 날리니 실버들 같고
眉臨鏡面遠山容(미림경면원산용) 아리따운 그 눈매 거울에 비치니 먼 산의 모습이로구나.
83.
獨鞭山影騎驢客(독편산영기려객) 홀로 산 그림자를 밟으며 채찍질하는 이는 나귀 탄 나그네요
閑枕松聲伴鶴僧(한침송성반학승) 한가로이 솔바람소리를 베고 누운 이는 학을 벗하며 사는 늙은 중이 구나
84.
螢火不燒籬下草(형화불소리하초) 반딧불로는 울타리 아래 풀잎을 불사르지 못하고
月鉤難卦殿中簾(월구난괘전중렴) 낚시 같은 초승달로는 집안의 주렴은 걸기가 어렵구나.
85.
山頭夜戴孤輪月(산두아대고윤월) 산봉우리는 밤새 외로운 달을 이었고
洞口朝噴一片雲(동구조분일편운) 마을 앞 동구는 아침에 한조각 구름을 뿜는구나.
86.
山影倒江魚躍岫(산영도강어약수) 산 그림자 강물에 비치니 고기가 산 속에서 뛰노는 듯하고
樹陰斜路馬行枝(수음사로마행지) 나무그림자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나뭇가지 위로 걸어가는구나.
87.
山靑山白雲來去(산청산백운래거) 산이 푸르고 흰 것은 구름이 오고가기 때문이요
人樂人愁酒有無(인락인수주유무) 사람이 즐겁고 시름하는 것은 술이 있고 없는 탓이로다.
88.
月掛靑空無柄扇(월괘청공무병선) 달이 푸른 하늘에 걸린 모습은 자루 없는 부채요
星排碧落絶珠纓(성배벽락절주영) 별들이 하늘에 깔려 있는 모습은 실 끊어진 구슬이로구나.
89.
朝愛靑山蹇箔早(조애청산건박조) 아침엔 청산을 사랑하여 일찍 일어나 주렴을 걷고
夜憐明月閉窓遲(야련명월폐창지) 밤에는 밝은 달빛이 아까워 창문을 더디 닫네.
90.
鳥去鳥來山色裏(조거조래산색리) 새가 울며 날아가고 날아오는 것은 고요한 산 빛 속이요
人歌人哭水聲中(인가인곡수성중) 사람이 기뻐 노래하며 또 슬퍼 우는 것은 시끄러운 물소리에서라네
91.
螢飛草葉無烟火(형비초엽무인화) 반딧불이 풀잎에서 나는 것은 연기 없는 불이요
鶯囀花林有翼金(앵전화림유익금) 꾀꼬리 꽃나무에서 우는 것은 날개 달린 금덩이로구나
92.
庭畔竹枝經雪茂(정반죽지경설무) 뜰 가의 대나무 가지는 눈 속에서 무성하고
檻前桐葉望秋零(함전동엽망추령) 난간 앞 오동잎은 가을을 맞아 떨어지네
93.
鶯兒趂蝶斜穿竹(앵아닌접사천죽) 꾀꼬리는 나비 따라 한가로이 대숲 사이를 날고
蟻子拖蟲倒上階(의자타충도상계) 개미는 벌레를 끌고 층계를 거꾸로 오르내리네.
94.
綠陽有意簾前舞(록양유의렴전무) 푸른 실버들 가지는 그리움에 젖어 주렴 앞에서 춤추고
明月多情海上來(명월다정해상래) 밝은 달빛은 다정하여 바다를 건너오는구나.
95.
松間白雪尋巢鶴(송간백설심소학) 소나무 사이의 흰 눈은 둥지 찾는 학이요
柳上黃金喚友鶯(류상황금환우앵) 버들 위의 황금은 벗 부르는 꾀꼬리로구나
96.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대나무 그림자가 층계를 쓰는데 먼지가 나지 않고
月輪穿海浪無痕(월륜천해랑무흔) 둥근 달이 바다를 뚫어도 물결에 흔적이 없구나.
97.
殘星數點雁橫塞(잔성수점안횡새) 새벽별 드문드문 보이는데 변방에는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날고
長笛一聲人倚樓(장적일성인의누) 긴 피리 한 소리에 사람들은 누각의 난간을 의지해 조는구나.
98.
天空絶塞聞邊雁(천공절새문변안) 하늘 끝 저 변방 하늘에는 기러기 울음소리 쓸쓸하고
葉盡孤村見夜燈(엽진고촌견야등) 낙엽 진 외로운 마을엔 등불만이 가물가물 보이네.
99.
巷深人靜晝眠穩(항심인정주면은) 마을이 깊고 사람의 소리 고요하니 낮잠 자기 좋고
稻熟魚肥秋興饒(도숙어비추흥요) 벼가 누렇게 익고 고기가 쌀지니 가을 흥취가 넉넉하다.
100.
纔攲復正荷飜雨(재기복정하번우) 잠깐 기울다 다시 바르게 된 연잎엔 빗방울이 뒹굴고
乍去還來燕引雛(사거환래연인추) 어느 새 갔다 다시 돌아온 제비는 새끼를 이끌고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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