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秋日 - 權 遇(權 近의 아우 1363∼1419) -
竹分翠影侵書榻(죽분취영침서탑) 대는 푸른 그림자를 나누어 책상에 스미게 하고
菊送淸香滿客衣(국송청향만객의) 국화는 맑은 향기 보내어 나그네의 옷을 채우네
落葉亦能生氣勢(낙엽역능생기세) 떨어진 나뭇잎도 기운을 낼 줄 아는가 보다.
一庭風雨自飛飛(일정풍우자비비) 온 뜰에 비바람 소리 내며 절로 날아 다니니...
스산한 가을을 맑게 하는 것은 푸른 대나무와 노란 국화입니다.
가을이 깊어 가도 대나무는
그 푸른빛을 잃지 않아 파란 기운이 서재 안으로 스미게 합니다.
이에 질세라 국화도 맑은 향기를 보냅니다.
모든 꽃이 피었다 지기를 기다려 서리가 내린 후 피기에
국화는 고고하면서도 동시에 사양할 줄 아는 꽃입니다.
그러한 뜻에서 선비의 꽃이라 불리는 국화 곁을 거니노라면
절로 맑은 향기가 옷깃에 가득합니다.
맑고 시원합니다.
그러자 떨어진 나뭇잎도 힘을 냅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죽은 줄 알았던 낙엽도 생명을 얻어 날아 다닙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낙엽이 이렇게 맑은 소리를 냅니다.
- 동아일보 漢詩 마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