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白樂天 詩

效陶潛體詩

백산(百山) 2013. 1. 14. 14:44

 

 

效陶潛體詩    

 

 余退居渭上, 杜門不出.

 時屬多雨, 無以自娛.

 會家醞新熱. 雨中獨飮, 往往酣醉, 終日不醒.

 懶放之心, 彌覺自得.

 故得於此, 而有以忘於彼者.

 因詠陶淵明詩, 適與意會.

 遂傚其體, 成十六篇.

 醉中狂言, 醒輒自哂.

 然知我者亦無隱焉.

 내가 渭水가로 물러나 살며 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다.

 당시는 우기(雨期)가 되어 스스로 즐거움이 없었다.

 마침 집안에 술이 익었다.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

 그래서 도연명시를 읊다가 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

 마침내 그의 시체(詩體)를 모방하여 16편을 이루었다.

 취중에 미친 듯 말하고, 술이 깨면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

 그렇지만 나를 아는 자에게는 이것을 숨길 것이 없다.

 

效陶潛體詩 1

 不动者厚地(부동자후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두터운 땅이고,

 不息者高天(불식자고천) 쉬지 않는 것은 높은 하늘이다.

 無穷者日月(무궁자일월) 끝없는 것은 일월이고,

 長在者山川(장재자산천) 영원한 것은 山川이라네.

 松柏與龜鹤(송백여구학) 소나무‧백양나무‧거북이‧학은,

 其壽皆千年(기수개천년) 모두 천년을 산다네.

 嗟嗟群物中(차차군물중) 아! 많은 사물 가운데,

 而人獨不然(이인독불연) 사람만이 오직 그렇지 못하네.

 早出向朝市(조출향조시) 아침에 조정과 저잣거리로 나서고,

 暮已歸下泉(모이귀하천) 저녁이면 저승으로 돌아온다네.

 形質及壽命(형질급수명) 형체와 목숨은,

 危脆若浮烟(위취약부연) 위태롭고 부서지는 것이 마치 뜬 안개 같고,

 堯舜與周孔(요순여주공) 요순과 周公공자,

 古來稱聖賢(고래칭성현) 예로부터 성현이라 불렀지만,

 借问今何在(차문금하재)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 본다면,

 一去亦不還(일거역불환) 한번 가서는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我無不死藥(아무불사약) 나는 불사약이 없으니,

 萬萬随化遷(만만수화천) 아무리 애써도 죽음에 따라 변해갈 것이다.

 所未定知者(소미정지자)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는,

 修短遲速間(수단지속간) 빠르고 늦은 삶 속에서 수양이 짧다.

 幸及身健日(행급신건일) 다행히 몸이 건강한 날에,

 當歌一樽前(당가일준전) 술통 하나 앞에 놓고 노래하리라.

 何必待人勸(하필대인권) 구태여 사람이 술 권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

 持此自爲歡(지차자위환)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즐기면 될 뿐.

 

效陶潛體詩 2

 翳翳踰月陰(예예유월음) 달빛도 없는 침침한 날에

 沈沈連日雨(침침련일우) 울적하게 날마다 비가 내리고

 開簾望天色(개렴망천색) 발을 걷고 하늘을 바라다보니

 黃雲暗如土(황운암여토) 흙처럼 노란 구름 어두컴컴하네

 行潦毁我墉(항료훼아용) 흙탕물 지난 자리 담장이 무너지고

 疾風壞我宇(질풍괴아우) 집조차 빠른 물길에 부서져 버렸네

 蓬莠生庭院(봉유생정원) 정원에는 쑥이며 씀바귀 자라나고

 泥塗失場圃(니도실장포) 흙탕물 몰려들어 남새밭도 사라졌네

 椳深絶賓客(외심절빈객) 마을 깊어 찾아오는 손님 끊기고

 窓晦無儔侶(창회무주려) 창밖은 어두워 함께 할 벗도 없네

 盡日不下牀(진일부하상) 진종일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더니

 跳䵷時入戶(도와시입호) 때때로 개구리 방으로 뛰어드네

 出門無所往(출문무소왕) 문 나서도 갈 만한 곳이 없어서

 入室還獨處(입실환독처) 방에서 무료하게 혼자 지내네

 不以酒自娛(붕이주자오) 술로써 스스로 즐기지 않는다면,

 塊然與誰語(괴연여수어) 외로워도 누구와 말을 할까!

 

效陶潛體詩 3

 朝飮一杯酒(조음일배주) 아침에 한잔 술 마시니

 冥心合元和(명심합원화) 그윽한 마음 천지조화에 부합하네

 兀然無所思(올연무소사) 홀로 태연한 자세로 아무런 야심도 없이

 日高尙閒臥(일고상한와) 해가 높이 떴건만 아직도 한가로이 누워 있네.

 暮讀一卷書(모독일권서) 날 저물자 한 권의 책 읽으니

 會意如嘉話(회의여가화) 즐거운 벗과 말하듯 뜻이 통하며,

 欣然有所遇(흔연유소우) 만날 사람 만난 듯 기쁨이 넘쳐

 夜深猶獨坐(야심유독좌) 밤이 깊어도 여전히 홀로 앉았네.

 又得琴上趣(우득금상취) 또한 거문고에 흥을 느껴

 按絃有餘暇(안현유여가) 줄 타니 더욱 한가로울 뿐.

 復多詩中狂(부다시중광) 시(詩) 속에서 더더욱 미친 듯하게

 下筆不能罷(하필불능파) 붓을 들어 휘갈기며 그칠 줄 모르니

 唯玆三四事(유자삼사사) 오직 이러한 일들로서

 持用度晝夜(지용도주야) 낮과 밤을 지새는데

 所以陰雨中(소이음우중) 음산한 장마철에도

 經旬不出舍(경순불출사) 십여 일을 두문불출 하니

 始悟獨往人(시오독왕인) 비로소 알았도다! 고독하게 사는 사람만이

 心安時亦過(심안시역과) 마음 편하게 세월 보낼 수 있다는 것을.

 

效陶潛體詩 4

 東家采桑婦(동가채상부) 동쪽 집 뽕잎 따는 아낙네는

 雨來苦愁悲(우래고수비) 비오자 시름겨워 슬퍼하고

 蔟蠶北堂前(족잠북당전) 북당 앞 섶에서 잠든 누에는

 雨冷不成絲(우냉불성사) 차가워진 날씨에 실 못 만드네

 西家荷鋤叟(서가하서수) 서쪽 집 호미 들고 나간 늙은이도

 雨來亦怨咨(우래역원자) 비 오는 것 원망하며 탄식하는데

 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남산 밑에 콩 심고 보살폈더니

 雨多落爲箕(우다락위기) 비 많이 내려 콩대가 떨어졌다네

 而我獨何幸(이아독하행) 나는 이제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나

 醞酒本無期(온주본무기) 집에서 빚은 술은 기약이 없었는데

 及此多雨日(급차다우일) 이렇게 비까지 많이 내리는데

 正遇新熟時(정우신숙시) 때마침 술이 새로 익는 때라네

 開甁瀉罇中(개병사준중) 술독을 열고 술 항아리에 쏟고,

 玉液黃金巵(옥액황금치) 옥같은 술을 황금술잔에 따른다.

 持翫已可悅(지완이가열) 술잔을 손에 드니 이내 즐겁고,

 歡嘗有餘滋(황상유여자) 즐겁게 맛보니 맛이 넘쳐 난다.

 一酌發好容(일작발호용) 한잔 술에 얼굴이 환해지고,

 再酌開愁眉(재작개수미) 두잔 술에 근심이 없어진다.

 連延四五酌(연연사오작) 네다섯 잔을 연거푸 마시니,

 酣暢入四肢(감창입사지) 사지가 모두 풀어진다.

 忽然遺物我(홀연유물아) 갑자기 세상의 사물과 내 자신을 잊으니,

 誰復分是非(수복분시비) 누가 다시 시비를 분별하겠는가?

 是時連夕雨(시시연석우) 이 날은 밤비가 계속 내렸지만,

 酩酊所無知(명정소무지) 술에 흠뻑 취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人心苦顚倒(인심고전도) 사람의 마음이 아주 뒤바뀌어 버렸으니,

 反爲憂者嗤(반위우자치) 오히려 근심을 가진 자의 웃음거리가 되었구나.

 

效陶潛體詩 5

 朝亦獨醉歌(조역독취가) 아침에도 홀로 취해 노래하고,

 暮亦獨醉睡(모역독취수) 저녁에도 홀로 취해 잔다.

 未盡一壺酒(미진일호주) 아직 술 항아리 하나도 다 마시지 못했는데,

 已成三獨醉(이성삼독취) 이미 세 번이나 홀로 취했다.

 勿嫌飮太少(물혐음태소) 주량이 너무 적다고 미워하지 마소,

 且喜歡易致(차희환이치) 즐거워지는 일이 쉽게 생긴다오.

 一盃復兩盃(일배부양배) 한잔 마시고 다시 한잔 마셔도,

 多不過三四(다불과삼사) 많아 봐야 고작 서너 잔을 넘지 못한다.

 便得心中適(편득심중적) 곧 마음 속에 적당함을 얻으니,

 盡忘身外事(진망신외사) 몸 밖의 일을 다 잊는다.

 更復强一盃(경복강일배) 다시 억지로 한잔을 더 마시면,

 陶然遺萬累(도연유만루) 거나해져 만 갈래 근심을 다 잊는다.

 一飮一石者(일음일석자) 한 번에 한 섬의 술을 마시는 자는

 徒以多爲貴(도이다위귀) 공연히 많은 주량 자랑하지만

 及其酩酊時(급기명정시) 곤드레만드레 취한 다음에는

 與我易無異(여아역무이) 그대나 나나 다를 바가 없어라

 笑謝多飮者(소사다음자) 웃으며 경음자에게 말 하노니

 酒錢徒自費(주전도자비) 술값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게나

 

效陶潛體詩 6

 天秋無片雲(천추무편운) 가을이라 하늘에 구름 한점 없고

 地靜無纖塵(지정무섬진) 땅 또한 깨끗하여 작은 먼지도 없네

 團團新晴月(단단신청월) 날 개어 산 위로 둥근 달 떠오르자

 林外生白輪(림외생백륜) 숲 밖에 하얀 달무리 생겼네

 憶昨陰霖天(억작음림천) 어제까지 내린 비 생각해보니

 連連三四旬(련련삼사순) 쉬지 않고 달을 넘긴 장마였는데

 賴逢家醞熟(뢰봉가온숙) 때마침 집에서 담근 술이 익어서

 不覺過朝昏(부각과조혼) 해 뜨고 지는 것을 알지 못했네

 私言雨霽後(사언우제후) 속으로는 비가 개인 후에나

 可以罷餘樽(가이파여준) 마시던 술 그만 둘 것을 생각했는데

 及對新月色(급대신월색) 날 개고 새로 뜬 달 마주하고 보니

 不醉亦愁人(부취역수인) 취하지 않으면 역시 근심스럽네

 牀頭殘酒榼(상두잔주합) 침대 가에 마시다 남은 술이 남아서

 欲盡味彌淳(욕진미미순) 술 맛에 끝까지 흠뻑 취해보고 싶어서

 攜置南簷下(휴치남첨하) 술통 들고 나가서 남쪽 처마 밑에 두고

 擧酌自殷勤(거작자은근) 잔 들고 술 따라 간절하게 마셨네

 淸光入盃杓(청광입배표) 술잔과 국자에 맑은 달빛 비치고

 白露生衣巾(백노생의건) 옷과 두건에 맑은 이슬 스밀 때

 乃知阴與晴(내지음여청) 이내 알겠노라! 흐리거나 날이 갤 때나,

 安可無此君(안가무차군) 어찌 이 술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我有樂府詩(아유락부시) 나에게 악부시가 있어,

 成来人未聞(성래인미문) 지어 완성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네.

 今宵醉有興(금소취유흥) 오늘 저녁 술에 취해 흥이 생겨,

 狂咏驚四鄰(광영경사린) 미친 듯 읊으니 사방의 이웃이 놀란다.

 獨賞猶復爾(독상유복이) 나 홀로 즐기고 거듭 술과 지내니

 何況有交親(하황유교친) 어떻게 이웃과 친해 질 수 있겠는가

 

效陶潛體詩 7

 中秋三五夜(중추삼오야) 팔월 한가위 대보름 밤에

 明月在前軒(명월재전헌) 마루 앞에서 밝은 달을 보네

 臨觴忽不飮(임상홀불음) 술잔을 마주하고도 갑자기 마시지 못하네,

 憶我平生歡(억아평생환) 다만 평생 나의 즐거웠던 일이 생각났기에.

 我有同心人(아유동심인) 내게는 마음 맞는 사람 있는데

 邈邈崔與錢(막막최여전) 지금은 멀리 있는 최모와 전모이고

 我有忘形友(아유망형우) 내게는 또 잘 나가는 벗도 있는데

 迢迢李與元(초초리여원) 그 역시 멀리 있는 이모와 원모일세

 或飛靑雲上(혹비청운상) 어떤 이는 벼슬 살이 잘하고 있고

 或落江湖間(혹낙강호간) 어떤 이는 강호로 쫓겨나 지내는데

 與我不相見(여아부상견) 서로가 얼굴 못 보게 된 뒤로

 于今三四年(우금삼사년) 어느새 사오년 훌쩍 지났네

 我無縮地術(아무축지술) 나는 축지법 도술을 모르고

 君非馭風仙(군비어풍선) 그대는 바람 부리는 신선이 아니니

 安得明月下(안득명월하) 어떻게 밝은 달 아래 함께 모여서

 四人來晤言(사인내오언) 얼굴 맞대고 이야기 나눌 수 있겠는가

 良夜信難得(양야신난득) 좋은 저녁은 정말로 얻기 어렵고,

 佳期杳無緣(가기묘무연) 좋은 시절은 인연이 없는 듯 묘연하구나.

 明月又不駐(명월우부주) 명월은 또한 머무르지 않고,

 漸下西南天(점하서남천) 점점 서남쪽 하늘로 흘러가는구나.

 豈無他時會(개무타시회) 어찌 다른 때 만날 날이 없겠는가?

 惜此淸景前(석차청경전) 이런 깨끗한 경치가 아쉬울 뿐.

 

效陶潛體詩 8

 家醞飮已盡(가온음이진) 집안에 담궈 놓은 술을 이미 다 마셨고,

 村中無酒賖(촌중무주사) 마을에는 꾸어 올 술도 없다.

 坐愁今夜醒(좌수금야성) 저녁에 술이 깨어서 근심으로 나와 앉으니,

 其奈秋懷何(기내추회하) 이 가을에 느끼는 근심을 어찌할꼬?

 有客忽叩門(기객홀고문) 어떤 객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데,

 言語一何佳(언어일하가) 말하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정답던지..

 云是南村叟(운시남촌수) 자기는 남쪽마을 노인이라 하는데

 挈榼來相過(설합내상과) 평소 서로 술 들고 오가는 사이라네

 且喜樽不燥(차희준부조) 게다가 더 기쁜 것 술잔 마르지 않은 일

 安問少與多(안문소여다) 어찌 많고 적은 것을 물을 수 있겠는가

 重陽雖已過(중양수이과) 시절 비록 중양절 지났다지만

 籬菊有殘花(리국유잔화) 울 밑에 국화 꽃 아직 남아 있네

 歡來苦晝短(환내고주단) 술 온 것은 반갑지만 낮이 짧아 씁쓸한데

 不覺夕陽斜(부각석양사) 해 기울어 가는 것도 알지 못했네

 老人勿遽起(노인물거기) 노인네 갑자기 급하다면서 일어나더니

 且待新月華(차대신월화) 다른 달 달빛 좋은 날 기다리라네

 客去新餘趣(객거신여취) 객 떠나고 난 뒤에도 흥취 남아 있어

 竟夕獨酣歌(경석독감가) 다 저녁에 혼자서 술에 취해 노래하네

 

效陶潛體詩 9

 原生衣百結(원생의백결) 원헌은 백 조각 헝겊 기운 옷을 입고

 顔子食一簞(안자식일단) 안연은 한 그릇의 거친 밥을 먹었지만

 歡然樂其志(환연낙기지) 기쁘게 그 뜻을 즐기며

 有以忘飢寒(유이망기한) 주리고 추운 것을 잊었다

 今我何人哉(금아하인재) 지금 나 어떤 사람인가

 德不及先賢(덕부급선현) 덕은 옛 현인에 미치지 못하지만

 衣食幸相屬(의식행상속) 입고 먹는 것이 다행이 끊이지 않으니

 胡爲不自安(호위부자안) 어찌 스스로 편안치 않을까

 況茲淸渭曲(황자청위곡) 하물며 변방에도 싸움 일지 않아서

 居處安且閑(거처안차한) 지내기 편안하고 한가롭기까지 하네

 楡柳百餘樹(유류백여수) 버드나무 백여 그루 옮겨 심었고

 茅茨十數間(모자십삭간) 띠로 지붕 이은 집 열칸 남진 하네

 寒負簷下日(한부첨하일) 추 때는 처마 및 벽에 기대 햇빛 쬐고

 熱濯澗底泉(열탁간저천) 더운 날은 시내 밑 샘에서 탁족을 하네

 日出猶未起(일출유미기) 해가 떠도 일어나지 않고

 日入已復眠(일입이복면) 해지면 일찌감치 다시 잠든다

 西風滿村巷(서풍만촌항) 서풍이 마을 골목에 가득 불어오는

 淸涼八月天(청량팔월천) 청량한 팔월의 가을 날

 但有雞犬聲(단유계견성) 다만 닭 울고 개 짓는 소리가 있을 뿐

 不聞車馬喧(부문거마훤)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는 들리지 않고

 時傾一樽酒(시경일준주) 때때로 술잔을 기울이며,

 坐望東西山(좌망동남산) 집안에 앉아서 동남산을 바라본다.

 稚姪初學步(치질초학보) 어린 조카가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해서,

 牽衣戲我前(견의희아전) 옷을 잡아끌며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卽此自可樂(즉차자가락) 이것을 즐기면 되지,

 庶幾顔與原(서기안여원) 안연과 원생처럼 되기를 바랄 것인가?

 

效陶潛體詩 10

 湛湛樽中酒(담담준중주) 술통 속 술이 잘도 익었는데

 有功不自伐(유공부자벌) 공이 있으면서도 공을 자랑 않고

 不伐人不知(부벌인부지) 자랑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르니

 我今代其說(아금대기설) 지금 내가 그 말 하려 하네

 良將臨大敵(량장림대적) 좋은 장수가 큰 적을 만나면

 前驅千萬卒(전구천만졸) 천명이나 만명의 병사를 앞장 세우고

 一簞投河飮(일단투하음) 죽통 하나를 강에 던져 물을 마실 때는

 赴死心如一(부사심여일) 죽음의 길 택하듯이 여일한 마음 되네

 壯士磨匕首(장사마비수) 장수와 병사는 비수를 날카롭게 날 세워 갈고

 勇憤氣咆勃(용분기포발) 용기와 노기를 드러내 소리치지만

 一酣忘報讐(일감망보수) 술 취하면 복수도 까마득히 잊고

 四體如無骨(사체여무골) 사지가 흐물흐물 뼈 없는 이 되고 마네

 東海殺孝婦(동해살효부) 동해 어느 마을에선 효부를 죽여

 天旱踰年月(천한유년월) 가뭄으로 달을 넘고 해를 넘기자

 一酌酹其魂(일작뢰기혼) 술 한잔 땅에 부어 그 혼을 달랜 뒤

 通宵雨不歇(통소우부헐) 그 밤으로 쉼 없이 비가 내렸고

 咸陽秦獄氣(함양진옥기) 함양의 진나라 감옥 기운은

 寃痛結爲物(원통결위물) 원통함이 뭉쳐서 귀신이 되어

 千歲不肯散(천세부긍산) 천년동안 흩어지려 하지 않

 一沃亦銷失(일옥역소실) 기름진 한잔 술에 역시 사라졌네

 況茲兒女恨(황자아녀한) 하물며 그 자식들의 한스러움이야

 及彼幽憂疾(급피유우질) 근심과 비통으로 병 될 수도 있을 테니

 快飮無不消(쾌음무불소) 재빨리 술을 마시면 근심이 사라지고,

 如霜得春日(여상득춘일) 서리가 봄날을 만난 듯 하다.

 方知麴蘖靈(방지곡얼령) 바야흐로 알겠네. 누룩의 정령은,

 萬物無與匹(만물무여필) 만물이 필적할 만한 것이 없구나.

 

效陶潛體詩 11 

 煙霞隔玄圃(연하격현포) 연무는 현포를 가리고

 風波限瀛洲(풍파한영주) 풍파는 영주를 가로 막는다.

 我豈不欲往(아개부욕왕) 내 어찌 가고 싶지 않으랴만

 大海路阻脩(대해노조수) 대해와 같이 험하고 멀구나

 神仙但聞說(신선단문설) 신선이란 그저 소문일 뿐

 靈藥不可求(령약부가구) 선약은 얻을 수 없는 법

 長生無得者(장생무득자) 불로장생을 얻은 사람 없으니

 擧世如蜉蝣(거세여부유) 온 세상 사람이 하루살이 같구나

 逝者不重廻(서자부중회)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고

 存者難久留(존자난구류) 산 사람은 오래 머물기 어려워라

 踟躕未死間(지주미사간) 잠시 지나가는 한 평생인데

 何苦懷百憂(하고회백우) 어찌 갖가지 근심을 품는가

 念此忽內熱(념차홀내열) 이 생각에 문득 애타고 초조해지니

 坐看成白頭(좌간성백두) 어느 덧 부질없이 머리만 세었다

 擧盃還獨飮(거배환독음) 잔 들어 또 홀로 술을 마시면서

 顧影自獻酬(고영자헌수) 그림자 돌아보며 스스로 권한다

 心與口相約(심여구상약) 마음은 입과 서로 다짐하였다.

 未醉勿言休(미취물언휴) 취하지 않으면 그치지 말자고

 今朝不盡醉(금조부진취) 오늘 실컷 취해보지 않겠는가

 知有明朝不(지유명조부) 내일이 없을 지도 모르나니

 不見郭門外(불견곽문외) 보지 못했는가? 성문 밖,

 纍纍墳與丘(누루분여구) 겹겹이 쌓인 무덤으로 된 언덕을.

 月明愁殺人(월명수살인) 달빛이 밝아 근심으로 사람을 못살게 만들고,

 黃蒿風颼颼(황호풍수수) 누런 쑥이 바람에 날린다.

 死者若有知(사자약유지) 죽은 사람 속에 만약 이런 이치를 아는 자 있다면,

 悔不秉燭遊(회불병촉유) 촛불을 잡고 밤에 놀지 않은 것을 후회하리라.

 

效陶潛體詩 12

 吾聞潯陽郡(오문심양군) 내가 듣기로, 심양군에는,

 昔有陶徵君(석유도징군) 옛날에 도연명이 있었다네.

 愛酒不愛名(애주불애명) 술을 좋아했지만 명성을 좋아하지 않았고,

 憂醒不憂貧(우성불우빈) 술이 깰 것을 걱정했지만 가난을 걱정하지 않았네.

 嘗爲彭澤令(상위팽택령) 일찍이 팽택 현령이 되어

 在官纔八旬(재관재팔순) 고작 80일을 근무했네

 愀然忽不樂(초연홀부낙) 홀연 즐겁지 않다고 되뇌이곤

 掛印著公門(괘인저공문) 인장을 관공서 문에다 걸어 났지

 口吟歸去來(구음귀거내) 입으로는 귀거래사를 부르고

 頭戴漉酒巾(두대록주건) 머리엔 술 거르는 망건을 썼지

 人吏留不得(인리류부득) 사람들이 머물라고 해도 듣지 않고

 直入故山雲(직입고산운) 곧장 옛 산 구름 속으로 드셨네

 歸來五柳下(귀내오류하) 다섯 그루 버드나무 아래 돌아와

 還以酒養眞(환이주양진) 또다시 술로서 진리를 기르시네

 人間榮與利(인간영여리) 인간세상 모든 즐거움과 이로움을

 擺落如泥塵(파낙여니진) 진흙이나 티끌처럼 버리셨네

 先生去已久(선생거이구) 선생은 이미 오래 전에 떠나시고

 紙墨有遺文(지묵유유문) 종이와 먹물로 글을 남기셨네

 篇篇勸我飮(편편권아음) 매편 매편 나에게 술을 권하시니

 此外無所云(차외무소운) 이 외에는 다른 말씀하시는 게 없네

 我從老大來(아종로대래) 나는 늙어 가면서부터,

 竊慕其爲人(절모기위인) 그 사람됨을 가만히 그리워하노라.

 其他不可及(기타불가급) 다른 것을 따라 잡을 수 없어도,

 且傚醉昏昏(차효취혼혼) 흔흔히 취하는 것을 본받는 수 있으리라

 

效陶潛體詩 13

 楚王疑忠臣(초왕의충신) 초왕이 충신을 의심하여,

 江南放屈原(강남방굴원) 굴원을 강남으로 귀양 보냈다.

 晉朝輕高士(진조경고사) 진나라는 식견이 높은 선비를 가벼이 여겨,

 林下棄劉伶(임하기유령) 유령을 숲속으로 버렸노라.

 一人常獨醉(일인상독취) 한 사람은 항상 홀로 취했고,

 一人常獨醒(일인상독성) 한 사람은 항상 홀로 깨었는데,

 醒者多苦志(성자다고지) 깨어 있는 자는 고심이 많고

 醉者多歡情(취자다환정) 취한 자는 즐기는 마음이 많다네.

 歡情信獨善(환정신독선) 즐기는 마음은 정말로 홀로 수양할 수 있지만,

 苦志竟何成(고지경하성) 힘든 포부는 결국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兀傲甕間臥(올오옹간와) 오만하게 술독들 틈에서 취하여 드러눕고,

 憔悴澤畔行(초췌택반행) 초췌하여 연못가를 거닌다네.

 彼憂而此樂(피우이차락) 저 사람의 근심이 이 사람의 즐거움이니,

 道理甚分明(도리심분명) 도리가 매우 분명하구나.

 願君且飮酒(원군차음주) 원하노니, 그대 역시 술을 마시게,

 勿思身後名(물사신후명) 죽은 뒤의 명성일랑 생각하지 말고.

 

效陶潛體詩 14

 有一燕趙士(유일연조사) 연조 땅에 살던 선비 한 사람

 言貌甚奇瓌(언모심기괴) 말씨며 생김새가 남과 많이 달랐는데

 日日酒家去(일일주가거) 날마다 술 파는 주막으로 가서

 脫衣典數盃(탈의전삭배) 옷 잡히고 몇 잔 술 얻어 마셨네

 問君何落魄(문군하낙백)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물어 보며

 云僕生草萊(운복생초래) 자기가 한미한 집에서 태어 난 탓이라네

 地寒命且薄(지한명차박) 바탕이 척박하면 운명도 야박해서

 徒抱王佐才(도포왕좌재) 왕을 끼고 인재가 도와도 헛일이라네

 豈無濟時策(개무제시책) 세상 구할 시책이 어찌 없었겠나

 君門乏良媒(군문핍량매) 그대 가문에 좋은 줄이 없어 그렇지

 三獻寢不報(삼헌침부보) 세 차례나 시책을 올려도 대답이 없어

 遲遲空手廻(지지공수회) 되는 일 없이 빈 손으로 돌아 왔다네

 亦有同門生(역유동문생)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한 이들 역시

 先升靑雲梯(선승청운제) 앞서서 출세의 끈 잡고 나아간 뒤

 貴賤交道絶(귀천교도절) 귀천이 갈려서 교유가 끊어지고

 朱門叩不開(주문고부개) 그 집 대문은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네

 及歸種禾黍(급귀종화서) 집으로 돌아와 벼와 기장을 심었지만

 三歲旱爲災(삼세한위재) 삼년이나 가뭄 드는 재앙이 찾아 왔고

 入山燒黃白(입산소황백) 산에서 금과 은 만드는 연단술 익혔으나

 一旦化爲灰(일단화위회) 하루 아침에 다 타서 재가 되어 버

 蹉跎五十餘(차타오십여) 공부도 때 놓치고 나이 쉰을 넘었는데

 生世苦不諧(생세고불해) 사는 게 고달프고 되는 일도 없네

 處處去不得(처처거부득) 가는 곳마다 뜻하는 바 얻지 못하니,

 却歸酒中來(각귀주중래) 오히려 술 속으로 돌아가려네.

 

效陶潛體詩 15

 南巷有貴人(남항유귀인) 남쪽 골목에 귀인이 살고 있는데

 高蓋駟馬車(고개사마거) 지붕 높은 수레는 네 마리 말이 끄네

 我問何所苦(아문하소고) 내가 그대 괴로운게 있느냐고 물으면

 四十垂白鬚(사십수백수) 나이 사십에 늘어진 백발이라 하네

 答云君不知(답운군부지) 그이가 하는 말 나는 모를 거라면서

 位重多憂虞(위중다우우) 자리가 높으면 걱정도 많아진다네

 北里有寒士(배리유한사) 북쪽마을에는 가한 선비 사는데

 甕牖繩爲樞(옹유승위추) 깨진 기와로 창 내고 노끈으로 문 엮었네

 出扶桑藜杖(출부상려장) 해 뜨면 대추나무 지팡이 짚고 나오고

 入臥蝸牛廬(입와와우려) 오두막에 들어가면 달팽이처럼 드러눕네

 散賤無憂患(산천무우환) 미천해도 걱정 따위 하지 않으니

 心安體亦舒(심안체역서) 마음 편하고 몸 역시 상쾌하다네

 東鄰有富翁(동린유부옹) 동쪽 이웃에는 부잣집 노인 사는데

 藏貨徧五都(장화편오도) 가진 재물은 온 나라에서 들여온 것이네

 東京收粟帛(동경수속백) 동경에서는 곡식과 비단 가져오고

 西市鬻金珠(서시죽금주) 서쪽시장에는 금과 진주 내다 파는데

 朝營暮計算(조영모계산) 아침에 계획하고 저녁에는 계산하며

 晝夜不安居(주야부안거) 밤낮으로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한다네

 西舍有貧者(서사유빈자) 서쪽 집에는 가난한 사라 사는데

 匹婦配匹夫(필부배필부) 그저 그런 남자와 여자 부부로 사네

 布裙行賃舂(포군항임용) 여자는 베옷 입고 방앗간에서 일하고

 裋褐坐傭書(수갈좌용서) 남자는 짧은 잠방이 입고 앉아 글씨 품을 파는데

 以此求口食(이차구구식) 이렇게 일해서 먹고 살면서도

 一飽欣有餘(일포흔유여) 배부른 것으로 즐거워하고도 남음이 있네

 貴賤與貧富(귀천여빈부) 귀천과 빈부,

 高下雖有殊(고하수유수) 높고 낮음에 차이가 있겠지만,

 憂樂與利害(우락여이해) 근심과 즐거움‧이익과 손해에 있어선,

 彼此不相踰(피차불상유) 피차 서로 우월할 수 없다.

 是以達人觀(시이달인관) 이러한 까닭에 달인의 관점엔,

 萬化同一途(만화동일도) 만물의 변화는 하나의 길로 통하겠지.

 但未知生死(단미지생사) 다만 삶과 죽음을 알지 못하여,

 勝負兩何如(승부양하여) 승부는 양쪽 다 어떠할까?

 遲疑未知間(지의미지간) 알 수 없는 와중에 미적미적 의심되니,

 且以酒爲娛(차이주위오) 잠시 술로써 즐기겠노라.

 

效陶潛體詩 16

 濟水澄而潔(제수징이결) 제수는 맑아서 깨끗하고,

 河水渾而黃(하수혼이황) 황하는 혼탁하여 누렇구나.

 交流列四瀆(교류열사독) 교류하여 네 개의 큰 강으로 펼쳐지니,

 淸濁不相傷(청탁불상상) 깨끗함과 탁함으로 인해 서로 피해를 주지 않구나.

 太公戰牧野(태공전목야) 강태공은 목야에서 전투를 하고

 伯夷餓首陽(백이아수양) 백이는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네

 同時號賢聖(동시호현성) 똑같이 성현으로 불리는데

 進退不相妨(진퇴부상방) 진퇴는 서로 방해하지 않네

 謂天不愛民(위천부애민) 하늘이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지만

 胡爲生稻粱(호위생도량) 어찌 벼와 기장을 낳아 는가

 謂天果愛民(위천과애민) 하늘이 백성을 사랑한다고 한다만

 胡爲生豺狼(호위생시낭) 어찌 승량이 이리를 낳아 주었는가

 謂神福善人(위신복선인) 신령은 착한 사람에게 복을 준다지만

 孔聖竟栖遑(공성경서황) 공자께서 끝내 분주히 주유천하 하셨네

 謂神禍淫人(위신화음인) 신령은 사특한 자에게 화를 준다지만

 暴秦終霸王(포진종패왕) 폭군 진왕은 마내 패왕이 되었네

 顔回與黃憲(안회여황헌) 안회와 황언은

 何辜早夭亡(하고조요망) 무슨 허물이 있다고 요절했는가

 蝮蛇與鴆鳥(복사여짐조) 독사와 독이 있는 짐새

 何得壽延長(하득수연장) 어찌 장수를 누리나

 物理不可測(물리부가측) 사물의 이치 측량할 수 없고

 神道亦難量(신도역난량) 신묘한 도는 헤아리기 어렵다

 擧頭仰問天(거두앙문천)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고 묻지만,

 天色但蒼蒼(천색단창창) 하늘색은 다만 푸르고 푸르네.

 唯當多種黍(유당다종서) 오직 마땅히 기장을 많이 심어서 술을 빚어

 日醉手中觴(일취수중상) 손에 술잔을 들고 날마다 취할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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