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紫微花(붉은 배롱나무 꽃) - 白 居易 -
紫微花對紫微翁(자미화대자미옹) 자미화가 자미옹을 마주하고 있으니
名目誰同貌不同(명목수동모부동) 이름은 같으나 모습은 같지 않네.
燭點芳非當夏景(촉점방비당하경) 꽃향기를 독점하여 여름 풍경을 감당하고
不將顔色托春風(부장안색탁춘풍) 안색을 빌미로 봄바람에 의탁하지 않네.
潯陽官舍雙高樹(심양관사쌍고수) 심양 관청에 키 큰 배롱나무 두 그루 있고
興善僧庭一大叢(흥선승정일대총) 흥선사의 스님 계신 뜰에는 한그루의 배롱나무는 무성하지만
何似蘇州安置處(하사소주안치처) 어찌 소주에 안치되어 있었던 곳에서
花堂欄下月明中(화당난하월명중) 화당의 난간 달밝은 밤에 보았던 것만 하리오
□ 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 -白 居易 -
(몽득과 술 사 마시며 후일을 기약하다)
少時猶不憂生計(소시유불우생계) 젊어서도 생계에 마음 두지 않았거늘
老後誰能惜酒錢(노후수능석주전) 늙어서 누가 능히 술값을 아끼랴
共把十千沽一斗(공파십천고일두) 우리 말술을 사서 일만 번을 같이 마셨는데
相看七十缺三年(상간칠십결삼년) 돌아보면 우리 나이 일흔에 세살 모자란다네
閑微雅令窮經史(한미아령궁경사) 한가로이 경전과 역사책 뒤져서
醉聽淸吟勝管絃(취청청음승관현) 취하여 듣는 그대 노래 관현악보다 좋구나
更待菊黃家醞熟(갱대국황가온숙) 게다가 국화꽃 노래지고 국화주는 익는데
共君一醉一陶然(공군일취일도연) 그대와 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여보세
□ 白樂天勸學文 - 白 居易 -
有田不耕倉廩虛(유전불경창름허) 밭이 있어도 갈지 아니하면 창고가 비고
有書不敎子孫愚(유서불교자손우)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들이 어리석어진다
倉廩虛兮歲月乏(창름허혜세월핍) 창고가 비면 세월이 궁핍해지고
子孫愚兮禮義疎(자손우혜예의소) 자손이 어리석으면 예의가 소홀해진다
若惟不耕與不敎(약유불경여불교) 만약에 경작하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면
是乃父兄之過歟(시내부형지과여) 이것은 곧 부형의 잘못이라
□ 送春 - 白 居易 -
三月三十日(삼월삼십일) 때는 삼월 삼십 일
春歸日復暮(춘귀일부모) 봄은 가려 하고 해도 다시 지려한다.
惆悵問春風(추창문춘풍) 추창이 봄바람에 물어 보노니
明朝應不住(명조응부주) 내일 아침에는 이 곳에 머물지 않을 거야.
送春曲江上(송춘곡강상) 곡강 위에서 봄을 보내려니
眷眷東西顧(권권동서고) 아쉬움에 동서로 돌아보노라.
但見撲水花(단견박수화) 보이는 것은 물위에 떨어지는 꽃
紛紛不知數(분분부지삭) 분분하여 그 수를 알지 못하겠다.
人生似行客(인생사항객) 인생이란 길가는 나그네 같아
兩足無停步(양족무정보) 두 발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日日進前程(일일진전정) 날마다 앞을 향해 나가지만
前程幾多路(전정기다노) 가야할 길은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兵刀與水火(병도여수화) 전쟁과 천재지변의 재앙을
盡可違之去(진가위지거) 모두를 피해 갈 수가 있지만
唯有老到來(유유노도내) 오직 늙음이 다가오는 것은
人間無避處(인간무피처) 인간으로는 피할 길이 하나 없다.
感時良爲已(감시량위이) 시절을 느낌을 진정 그만두고
獨倚池南樹(독의지남수) 홀로 못 남쪽 나무에 기대어 본다.
今日送春心(금일송춘심) 오늘 이 봄을 보내는 마음
心如別親故(심여별친고) 마치 친구를 보내는 마음 같아라
□ 秋思 -白 居易 -
夕照紅於燒(석조홍어소) 석양이 불타는 것보다 불고
晴空碧勝藍(청공벽승남) 갠 하늘은 쪽빛보다 푸르구나.
獸形雲不一(수형운부일) 동물 모양 구름 하나가 아니고
弓勢月初三(궁세월초삼) 활 모양의 달은 처음 삼 일이로다.
雁思來天北(안사내천배) 기러기 마음은 하늘 북쪽으로 오고
砧愁滿水南(침수만수남) 다듬이질하는 수심은 강 남쪽에 가득하다.
蕭條秋氣味(소조추기미) 쓸쓸하여라, 가을 기운의 맛
未老已深諳(미노이심암) 늙지도 않았는데 이미 깊이 기억된다
□ 惜牧丹花二首[1] - 白 居易 -
惆愴階前紅牡丹(추창계전홍모란) 섬돌 앞 붉은 모란을 아쉬워 하노니
晩來唯有兩枝殘(만래유유양지잔) 해지는 저녁에는, 오직 두 가지만 남았구나.
明朝風起應吹盡(명조풍기응취진) 내일 아침 바람 일면 모두가 불어 날리리니
夜惜衰紅把火看(야석쇠홍파화간) 지는 꽃잎 아쉬워, 이 밤 불 밝히고 바라본다.
□ 不致仕(불치사) -白 居易 -
물러나지 않는 관리들
七十而致仕(칠십이치사) 일흔이면 관직에서 물러나라
禮法有明文(례법유명문) 예법에 분명히 적혀 있도다.
何乃貪榮者(하내탐영자) 어찌하여 영화를 탐하는 자들은
斯言如不聞(사언여불문) 이 말을 못 들은 척 하는구나.
可憐八九十(가련팔구십) 가련하다, 팔구십 살이 다 되어
齒墮雙眸昏(치타쌍모혼) 이 빠지고 두 눈동자 흐려져도
朝露貪名利(조로탐명리) 아침 이슬 처지로도 명예와 이익 탐하고
夕陽憂子孫(석양우자손) 지는 해 처지에서 자손을 근심하는구나.
掛冠顧翠緌(괘관고취유) 걸어둔 관 끈을 돌아보고
懸車惜朱輪(현거석주륜) 매어 둔 수레 바퀴 아까워한다.
金章腰不勝(금장요불승) 허리에 찬, 금 인장 무게도 감당 못하여
傴僂入宮門(구루입군문) 곱사등이 모습으로 입궐한다네.
誰不愛富貴(수불애부귀) 누가 부귀를 싫어하고
誰不戀君恩(수불련군은) 임금의 은총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年高須告老(년고수고로) 늙으면 마땅히 늙음을 고하고
名遂合退身(명수합퇴신) 명예를 얻었으면 물러나야 마땅하네.
少時共嗤誚(소시공치초) 젊을 때는 같이 비웃어 놓고
晩歲多因循(만세다인순) 늙어서는 대부분 악습을 따른다.
賢哉漢二疏(현재한이소) 어질구나, 한의 소광과 소수여
彼獨是何人(피독시하인) 그들은 곧 어떠한 사람이었던가.
寂寞東門路(적막동문로) 적막하다, 동문 밖 길이여
無人繼去塵(무인계거진) 아무도 속된 풍속 없애지 못하다니
(白樂天 詩集,卷二,諷諭二)
□ 續古詩 十首[2] - 白 居易 -
掩淚別鄕里(엄누별향리) 눈물을 가리고 고향을 떠나
飄颻將遠行(표요장원항) 쓸쓸히 장차 먼 곳으로 가려네
茫茫綠野中(망망녹야중) 아득하고 푸른 들판 속
春盡孤客情(춘진고객정) 봄도 다 지난 외로운 나그네 심정
驅馬上丘隴(구마상구롱) 말을 몰아 언덕을 오르니
高低路不平(고저노부평) 높고 낮아 길은 평탄치 않도다
風吹棠梨花(풍취당리화) 바람이 해당화와 배꽃에 불고
啼鳥時一聲(제조시일성) 때때로 새들도 울어 댄다
古墓何代人(고묘하대인) 이 옛 무덤은 어느 시대 사람의 무덤인지
不知姓與名(부지성여명) 그 성명도 알지 못 하겠네
化作路傍土(화작노방토) 길가의 한 줌 흙으로 변하여
年年春草生(년년춘초생) 해마다 봄 풀만 돋아나는구나
感彼忽自悟(감피홀자오) 이에 느껴워 문득 저절로 생각나네
今我何營營(금아하영영)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 病中逢秋招客夜酌(병중봉추초객야작) - 白 居易 -
병중에 가을밤 손님을 청해 술자리를 갖다
不見詩酒客(부견시주객) 시객도 주객도 만나지 못한 채
臥來半月餘(와내반월여) 누워서 반 달 여를 지나왔었다.
合和新藥草(합화신약초) 새 약초를 섞어 보고
尋檢舊方書(심검구방서) 예 의약서적도 찾아보았다.
晩霽煙景度(만제연경도) 안개 지난 뒤 저녁이 개어
早涼牕戶虛(조량창호허) 이른 추위에 창문도 허전하다.
雪生衰鬢久(설생쇠빈구) 늙은 귀밑머리 서리 내린지 오래 인데
秋入病心初(추입병심초) 병든 마음에 가을이 들기 시작한다.
臥簟蘄竹冷(와점기죽냉) 자리에 누우니 기죽 자리가 차갑고
風襟邛葛疎(풍금공갈소) 옷깃에 바람부니 공갈도 성기다.
夜來身校健(야내신교건) 밤에는 몸도 비교적 건강한데
小飮復何如(소음복하여) 술 조금 마신들 또 무슨 일 있겠는가.
□ 長相思 - 白 居易 -
끝없는 그리움이여
九月西風興(구월서풍흥) 구월에 서풍은 불어오고
月冷霜華凝(월냉상화응) 달빛이 차가워 서리 희게 엉킨다.
思君秋夜長(사군추야장) 그대 생각에 가을밤은 길기도 하여
一夜魂九升(일야혼구승) 넋은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올라 본다.
二月東風來(이월동풍내) 이월 동풍이 불어오니
草拆花心開(초탁화심개) 풀은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난다.
思君春日遲(사군춘일지) 그대 생각에 봄날은 더디 가고
一夜腸九廻(일야장구회) 하로 밤에 애간장 아홉 번이나 뒤집힌다.
妾住洛橋北(첩주낙교배) 저는 낙교의 북쪽에 살았고
君住洛橋南(군주낙교남) 당신은 낙교 남쪽에 살았었지요.
十五卽相識(십오즉상식) 열 다섯 나이에 서로 알게 되어
今年二十三(금년이십삼) 금년에 스물 세 살이 되었지요.
有如女蘿草(유여녀나초) 마치 담쟁이덩굴 같은 처지 되어
生在松之側(생재송지측) 소나무에 기대어 사는 것 같습니다.
蔓短枝苦高(만단지고고) 줄기가 짧아 가지는 높이 자라기 힘들고
縈廻上不得(영회상부득) 아무리 타고 오르려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人言人有願(인언인유원) 사람들의 말에 사람에게 소원이 있으면
願至天必成(원지천필성) 소원이 지극하면 하늘도 반드시 이루어 준다 지요.
願作遠方獸(원작원방수) 원하기는, 먼 곳의 비견수가 되어
步步出肩行(보보출견항) 걸음마다 나란히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願作深山木(원작심산목) 또 원하기는, 깊은 산에 나무가 되어
枝枝連理生(지지련리생) 가지마다 이어져 서로 닿아 살 수 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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