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漢詩

영정중월 - 이 규보 -

백산(百山) 2010. 10. 12. 23:00

 

 

 

-우물 속의 달(詠井中月) - 이규보(李奎報)
산승탐월색(山僧貪月色) 산속의 스님이 달빛에 반하여
병급일호중(竝汲一壺中) 호리병에 물과 함께 담았지만
도사방응각(到寺方應覺) 절에 도착하면 곧 깨닫게 되리
병경월역공(甁傾月亦空) 병 기울여도 달이 없다는 것을
 


고려 시대 때의 문신 이규보(李奎報)의 시입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영웅시인 '동명왕편'을 지은 그는 무인정권 시절

당대의 명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이 시를 통해볼 때 이 규보(李奎報)는

가히 달관의 경지에 이르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물에 달이 빠져 있는데,

산속에 사는 스님은 그 달을 호리병으로 길러 올립니다.

절에 가져와 물을 쏟아 보니 달은 그 자취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해석하면 당연한 이치인데,

그러나 이 시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철학이 들어 있습니다.

즉 시인은 불교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이 짧은 시를 통해 명쾌하게 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1구의 마지막 글자인 '색()'과

4구의 마막 글자인 '공()'이 합일을 이루면서,

이 시는 절묘하게 '색즉시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물 속에 비친 달빛은 '색'인데,

그것을 호리병 속에 담아다 절에 와서 쏟아 보니

어느새 그 존재는 달아나고 '공'만 남아 있습니다.

즉 형상이란 우물 속의 달빛처럼 달이 지고 나면 곧 사라지므로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일시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색즉시공이란?
인생 또한 색인데, 그 형상도 죽고 나면 공으로 돌아가

형체가 없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됩니다.

부질 없는 인생살이가 이 시편 속에 녹아 있습니다.

 

 

 僧去汲井水(승거급정수) 스님 가서 우물 물을 길어오는데

 和月滿盂中(화월만우중) 바릿대에 달빛 함께 가득 담았네

 入寺無所見(입사무소견) 절에 가 달빛이 보이지 않으면

 方知色是空(방지색시공) 그제야 색즉시공 그 이치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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