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글들/Issue 時事

生死於是 是無生死

백산(百山) 2014. 4. 5. 10:33

 

 

 

1974년 음력 3월 9일 새벽 서래선림.

아침 예불이 끝나자 대중은 모두 스님의 밤새 안부를 살필 겸

문안 차 조실로 모여들었다.

방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아무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잠시 후 스님은 대중을 둘러보시고 마침내 답답한 침묵을 깨뜨렸다.

 

“나는 오늘 갈란다.

 내가 떠난 뒤에도 공부 열심히 하고 전등회를 잘 키워야 할 것이야.”


“스님 하실 말씀이 있으면 다 하시지요.”


“별로 새삼스럽게 할 말도 없다.(…)

 혹시 사리가 나오더라도 물에 띄워 없애버리고 비 같은 것은 세우지도 마라.”


“그래도 오셨다가 가신 흔적으로 비는 세워야지요. 제자들의 도리도 있고요.”


“굳이 세우려거든 앞면에

‘(凡夫 海眼之碑, 범부인 해안의 비)’라고 쓰고 뒷면에는

‘(生死於是 是無生死, 삶과 죽음이 여기에서 나왔으나

                             여기에는 삶과 죽음이 없다)’라고 만 써라.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스님 열반송 한마디 일러주시지요.”
“그런 건 군더더기 같은 소리야.”
“그래도 한 말씀 일러주셔야지요.”
“그러면 할 수 없지, 이르마.”


“생사부도처(生死不到處) 생사가 이르지 못하는 곳에,

 별유일세계(別有一世界) 하나의 세계가 따로 있다네.

 구의방락진(垢衣方落盡) 때 묻은 옷을 벗어 버리자,

 정시월명시(正是月明時) 비로소 밝은 달 훤할 때로다.”

 

근현대 호남의 대표 선지식으로 경봉 스님과 함께

‘동(東) 경봉, 서(西) 해안’으로 불리며 선풍을 떨쳤던

선승 해안(海眼, 1901∼1974) 스님은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전등회의 앞날을 부촉하고 열반송을 남긴 채 제자들 곁을 떠났었다.

 

그리고 당신의 참선 공부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누구나 죽을 각오로 화두일념에 들면 7일 만에 깨달을 수 있다”고

수행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던 선지식이 그렇게 떠나간 지 36년 만에

스님의 가르침을 하나로 모은 단행본 『7일 안에 깨쳐라』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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