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漢詩

우미인초(虞美人草) - 曾子固 -

백산(百山) 2018. 12. 18. 17:08



증공(曾鞏, 1019년-1083년)은 북송의 산문가이다. 자는 子固(자고)





鴻門玉斗紛如雪 홍문옥두분여설


十萬降兵夜流血 십만항병야유혈


咸陽宮殿三月紅 함양궁전삼월홍


霸業已隨煙盡滅 패업이수연진멸


剛强必死仁義王 강강필사인의왕


陰陵失道非天亡 음릉실도비천망


英雄本學萬人敵 영웅본학만인적


何用屑屑悲紅粧 하용설설비홍장


三軍散盡旌旗倒 삼군산진정기도


玉帳佳人坐中老 옥장가인좌중로


香魂夜逐劍光飛 향혼야축검광비


靑血化爲原上草 청혈화위원상초


芳心寂寞寄寒枝 방심적막기한지


舊曲聞來似斂眉 구곡문래사렴미


哀怨徘徊愁不語 애원배회수불어


恰如初聽楚歌時 흡여초청초가시


滔滔逝水流今古 도도서수류금고


漢楚興亡兩丘土 한초흥망양구토


當年遺事久成空 당년유사구성공

慷慨樽前爲誰舞 강개준전위수무



홍문(鴻門) 잔치에 범증(范增)이 술그릇인 옥두(玉斗)

부수어 눈 날리듯 날려버리고

십만 항복한 진나라 군사를 죽여 밤에 피가 흘러 내렸네


함양의 궁전 석 달 동안 붉게 타오르니

패업(霸業)은 이미 연기와 불꽃 따라 멸하였다오.


잔인한 강자는 반드시 죽고 어진 자가 왕이 되거니

항우가 음릉(陰陵)에서 길을 잃은 건 하늘의 뜻이 아니네


영웅은 본시 만인을 적대시함을 배우나니

어찌 구구하게 미인 때문에 슬퍼하나


삼군은 모두 흩어지고 군기는 쓰러지니

옥 장막 속의 미인은 앉은 채로 늙어가네


우미인의 영혼이 밤마다 칼 빛 따라 하늘로 날아가니

푸른 피 변하여 언덕 위의 풀이 되었다오

 

향기로운 마음 적막하여 차가운 가지에 머물러 있으니

옛 가락 들려오면 우미인이 눈썹을 찌푸리는 듯 하여라


슬픔과 원한 속에 배회하며 시름겨워 말하지 않으니

마치 그 옛날 초나라 노래를 듣는 듯하여라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흐르고

그때 흥한 한나라, 그때 망한 초나라도 흙 둔덕일 뿐

 

그 당시의 지난 일 모두 공허하게 된지 오래니






이 시는 항우(項羽)의 애첩(愛妾)인 우미인(虞美人)의 넋이 화생(化生)하였다는

우미인초(虞美人草)를 읊은 것으로,

증공(曾鞏)은 사적(史蹟)을 시재(詩材)로 사용하여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성현(成俔)의《虛白堂集(허백당집)》風雅錄(풍아록) 1권에〈虞美人歌(우미인가)〉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이 시의 내용과 정조(情調)가 흡사하므로 소개한다.


“군사가 해하(垓下)를 포위하여 붉은 깃발을 꽂으니 팽월(彭越)과 한신(韓信) 협조하러 와서

서로 모였네. 원문(轅門)의 사방에 초나라 노랫소리 들리니 일어나 장막 가운데에서

술 마심에 굳센 마음 놀라네. 오추마(烏騅馬)도 가지 못하며 슬퍼서 머뭇거리니

우미인(虞美人)은 한번 죽음 홍모처럼 가볍게 여겼네.

[兵圍垓下樹朱旗 梁齊羽翼來相聚 轅門四面楚歌聲 起飮帳中壯心驚

神騅不逝悲跼顧 美人一死鴻毛輕]”
  

역주
역주1> 鴻門玉斗紛如雪(홍문옥두분여설) :

홍문(鴻門)은 장안(長安) 부근인 신풍(新豊)에 있는 지명이며

옥두(玉斗)는 백옥(白玉)으로 만든 말이다.

유방(劉邦)과 항우(項羽)는 당시 모두 초(楚)나라의 장군(將軍)으로

진(秦)나라를 공격하였는데, 유방이 먼저 진(秦)나라의 도성인 함양(咸陽)에 들어가

진왕(秦王) 자영(子嬰)의 항복을 받았다.

이에 항우가 크게 노하여 유방을 공격하려 하니,

유방은 항우가 머물고 있는 홍문으로 찾아가 사죄하였다.

이때 항우의 모사(謀士)인 범증(范增)은 항우에게 기회를 틈타 유방을 살해하라고 권하였다.

유방이 찾아와 항우에게는 백벽(白璧) 한 쌍을, 범증에게는 백옥두(白玉斗)를 선물로 주자,

항우가 선물을 받고 유방을 죽이지 않으니,

범증은 노하여 백옥두를 칼로 쳐서 산산조각을 내었다.

항우는 당시 자신의 용맹을 믿고 포악한 짓을 자행하여 진(秦)나라의 함양에 들어가서는

아방궁(阿房宮) 등 진나라의 궁전에 불을 질러 3개월 동안이나 불탔으며

진나라의 항복한 군사들이 괄시를 받고 불평하자,

신안(新安)이란 곳에 이르러 이들 20만 명을 구덩이에 묻어 죽였다.

그후 항우는 유방에게 패하여 도망하다가 음릉(陰陵)에서 길을 잃고

추격하는 한군(漢軍)에게 쫓겨 자결하고 말았다.


역주2> 十萬降兵夜流血(십만항병야유혈) :

항우는 한밤중에 진나라 군대를 기습하여 진나라의 항복한 군사 20여만 명을

신안성(新安城) 남쪽에 묻어 죽였다.《史記 項羽本紀》

 

역주3> 咸陽宮殿三月紅(함양궁전삼월홍) :

항우가 진나라의 도성인 함양에 들어가 아방궁에 불을 지르니, 3개월 동안 불탔다 한다.


역주4> 陰陵失道非天亡(음릉실도비천망) :

음릉(陰陵)은 안휘성(安徽省) 봉양부(鳳陽府) 정원현(定遠縣) 서북쪽에 있는 산명(山名)으로

항우는 해하(垓下)에서 패전하고 도망하다가 이곳에서 길을 잃고 결국 자결하였다.

이때 항우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요, 싸움을 잘못한 죄가 아니다.

[天之亡我 非戰之罪]”라고 말하였으므로 이 말을 뒤집어 쓴 것이다.

 

역주5> 英雄本學萬人敵(영웅복학만인적) :

萬人敵은 萬人을 대적하는 법으로 兵法을 이른다.

項羽는 일찍이 숙부인 항량(項梁)에게 검술을 배우다가 포기하고 말하기를

"검술은 한 사람을 대적할 뿐이니, 나는 萬人을 대적하는 법을 배우겠다.”

하고 병법을 배웠다.


역주6> 玉帳佳人(옥장가인) :

아름답게 꾸민 군막(軍幕)의 미인으로 곧 우미인(虞美人)을 가리킨 것이다.


역주7> 香魂夜逐劍光飛 靑血化爲原上草(향혼야축검광비 청혈화위원상초) :

원한 어린 피가 오래되면 푸른 색으로 변한다 하는 바,

우미인(虞美人)이 칼로 목을 찔러 죽어서 그 원혼이 풀로 변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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