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漢詩

驪江醉吟(려강취음) - 송강 정 철 -

백산(百山) 2013. 2. 26. 12:57

 

 

 

 

□ 驪江醉吟(려강취음) - 송강 정 철 -

 

 落日那能住(락일나능주) 지는 해를 어찌 잡으랴

 重陰不可開(중음불가개) 어두어진 그늘이야 밝히지 못 하네라....

 驪江西達漢(려강서달한) 여강은 서편으로로 흘러 한강에 닿으리니

 醉後一登臺(취후일등대) 취한 후에 등대에나 오르리라...

 

 

戱贈林子順悌(희증임자순) - 송강 정 철 - 

 

 百年長劒倚孤城(백년장검의고성) 백년을 긴 칼 차고 고성에 의지하야

 酒倒南溟鱠斫鯨(주도남명회작경) 남쪽 바다로 술 마시고 고래 잡아 안주 하쟀더니

 身世獨憐如倦翼(신세독련여권익) 홀로 가련한 이내 신세 고달픈 새와 같아

 謀生不過一枝營(모생불과일지영) 생계란 고작 일지에 지나지 않으이다

 

□ 已()斷酒 - 정 철 -

 

 問君何以已斷酒(문군하이이단주)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술을 못 끊나  

 楚國秋天霜月苦(초국추천상월고) 楚國의 가을 하늘 서릿 달이 괴로워라

 蘆洲水落雁影孤(로주수락안영고) 蘆洲에 물이 빠지고 기러기 그림자 외로운데

 千里秦城隔湘浦(천리진성격상포) 천리의 秦城은 湘浦와 막혔고나

 佳人相憶不相見(가인상억부상견) 佳人을 그려도 보지 못하니

 風雨千林獨閉戶(풍우천림독폐호) 비바람 이는 千林에 홀로 문 닫았네.

 * 泰城 : 漢陽에 비유

 * 湘浦 : 湖南省의 상강, 瀟湘浦(소상강), 자신을 楚나라 屈原에 비하여 쓴 것.

 * 佳人 : 임금

 

□ 贈栗谷 二首 - 송강 정 철 -

 

  贈栗谷時與栗谷爭東西黨議未契有是作 二首

 (증율곡시여율곡쟁동서당의미계유시작 이수) 

 欲言言是垢(욕언언시구) 말 하고자 하여 말하면 때가 되고

 思黙黙爲塵(사묵묵위진) 묵묵히 생각만 하면 이도 티끌이 되네

 語皆塵垢(어묵개진구) 말하건 말건 모두 티끌과 때가 되어서

 臨書愧故人(임서괴고인) 글로 쓰려니 이 또한 벗에게 부끄럽고나.

 

 君言有斟酌(군언유짐작) 그대 말이 짐작이 있는 건지   

 我意沒商量(아의몰상량) 나의 뜻이 요량이 없는 건지.  

 爛漫同歸日(란만동귀일) 난만히 함께 돌아가는 날엔    

 方知此味長(방지차미장) 바야흐로 이 맛의 기이임을 알리니...   

 * 商量 : 헤아려 생각 함. 

 

 

□ 시조 - 정 철 -

 

재 넘어 성 권롱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은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희야 네 권롱 계시냐 정 좌수 왔다 하여라

성권롱(成權農) :권농은 지방에서 농사를 권장하는 유사(有司) 친구였던 성혼을 가리키는 말
언치  안장 밑에 까는 털 헝겊

제 넘어 성 권농네 집이 있는데, 그 집에서 담근 술이 익었다는 기별을 어제 받고,
누워서 반추(反芻)를 즐기고 있는 소를 발로 차 일으켜 언치만 놓아 눌러 타고,
성 권농 집에 이르러 아이를 불러 이르기를 정 좌수가 왔다고 일러라.

유배지의 생활의 일단이 이 시조 속에 역력히 나타나 있다.

말없이 입을 다물고 보내는 세월 속에서도 인간 정철은 우거(寓居)를 걷어 차고,

마을의 지방에서는 유일한 지식인인 권농 벼슬을 하는 성씨 집 문을 두드리기를

유일한 낙으로 삼은 것 같다.

 

정 좌수가 왔다고 하인에게 외치는 소리부터가 얼마나 유쾌한가

그만큼 성 권농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다.
권농은 또한 정 철의 인간 됨을 알아보고,

그를 모실 줄 아는 위인이었기에 정 철의 말벗, 술벗 구실을 다 했을 것이

이 시조를 음미 해 보면 저절로 짐작이 되어 우울한 구름이 끼지 않는다.

 

 

 

대문간에 서서 '이리 오너라'를 부르기보다는 '아희야 정좌수가 왔다고 일러라'하는

말씨부터가 정 철의 평민 정신이 스며 나온 흔적이 너무나 뚜렷해서

우선 호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마음놓고 아이를 아이라고 부를 만큼 정 철은 인자한데가 있고,

아이와 얼마나 다정하게 지냈는가 하는 내력이 그 말속에 묻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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