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군 김사명에게 보내다(贈金中軍士明)
주위는 어둠이 내리고 곧 폭설이 내릴 기세다.
허나 청명한 달빛만은 고고하게 풍전등화의 세상을 비춘다.
나라 위한 마음이 어찌 이와 다를까.
추운 겨울이면 백성의 고충이 더욱 와 닿지만,
매화의 절개를 되새기며 뜻을 펼 때를 기다린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친필 한시 한 편이 새로 발굴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건 난중일기에 실린 5편을 포함해 17편으로,
임진왜란 발발 전 정읍 현감 시절에 쓴 친필 한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전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교수)은 22일
“충무공이 45세가 되던 해 지인에게 보낸 칠언율시(七言律詩)를 찾았다”고
밝혔다. 제목 없이 ‘증김중군사명(贈金中軍士明·중군 김사명에게 보내다)’
이라고 적혀 있는데 김사명은 절친했던 무인으로 추정된다.
경남대박물관 소장 사료에 포함돼 있던 이 시는 노 소장의 연구 끝에
충무공의 시로 확인됐다.
노 소장은 “충무공 특유의 왕희지 초서체 필법이 뚜렷하고 특히 이름과
‘何(하)’ 같은 글자에서 충무공이 쓴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곧 폭설이 세상을 뒤덮을 날씨 속에서도 빛나는 달빛을 노래한 모습에선
전란을 예감하면서 ‘유비무환 임전무퇴’의 뜻을 가다듬는
무인의 자세가 엿보인다.
이러한 내용은 23일 출간되는 노 소장의 ‘이순신의 리더십’ 개정판에 실렸다.
(동아일보 2014.04.23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