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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絹幼婦 外孫虀臼(황견유부 외손제구)

백산(百山) 2021. 12. 20. 07:57

黃絹幼婦外孫虀臼(황견유부외손제구)

 

이 여덟 자는 後漢(후한) 蔡邕(채옹),

邯鄲淳(한단순)이 지은 조아의 碑文(비문)을 칭송한 수수께끼 같은 隱語(은어)인데

삼국시대 魏(위)나라 曹操(조조)가 젊었을 때

친구인 楊修(양수)와 함께 강남을 여행하다가 孝婦(효부) 曹娥(조아)의 비석을 보니 뒷면에

黃絹幼婦外孫虀臼(황견유부외손제구)

의 여덟 자가 새겨져 있었다. 

 

열네 살의 조아(曹娥)

아버지가 강물에 빠지자,

17일 동안 오르내리며 강물에서 아버지의 시체를 결국 찾아내었다 합니다.

세상에서는 그를 효녀라 칭했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칭송하는 비석을 세웠습니다.

훗날 문인 채옹이 비문을 읽고는,

비석 뒤에 황견유부 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虀臼)라는 8글자를 새깁니다.

 

누런 비단(黃絹)과 어린 부인(幼婦),

외손자(外孫)와 부추 절구(虀臼)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도통 알기 어려워,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채옹이 쓴 글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시간이 흘러 조조가 근방을 지나다 채옹의 글을 봅니다.

어리둥절하기는 조조도 마찬가지,

조조는 곁에 있던 양수에게 묻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아는가? 양수는 어렵지 않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대로 양수에게 답을 물어도 될 법하나,

우연히 만난 채옹의 질문이 괜히 호승심을 자극합니다.

잠시 기다려보게, 나도 생각해보겠네.

 

한참 곰곰 생각하던 조조가 드디어 깨달았다며 무릎을 치고는 양수에게 말합니다.

누런 비단은 색깔() 있는 실()이니, ()이 되지.

어린 부인은 작은() 여인()이니, ()가 되고,

외손자는 딸()의 아이()이니, ()가 되며,

부추 절구는 매운 것()을 절구()로 찧는 것인데,

이는 매운 것을 받는다()고 할 것이니 ()가 되네.

이들을 합치면, 절묘호사(絶妙好辭)가 되니, 결국 채옹은 비문에 대해서

절묘하게 좋은 글이라며 이를 높인 것이 되네. 맞는가?

양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합니다.

有智無智校三十里(지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크다는 뜻)

 

 

옛 고사를 살펴보면,

이처럼 글자를 이리저리 나누고 엮는 방식으로 은어(隱語)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옹의 사례처럼 대단한 문장을 적어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고,

일상에서도 종종 쓰였습니다.

 

남자가 여인에게 용기 내어 쪽지를 적어보냅니다.

左絲右絲中言下心쪽지를 받은 여인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이내 답장을 합니다.

一三口牛頭不出서로의 마음이 충만해졌다는 후문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좋은 뜻임은 알겠는데, 궁금하니 그 의미를 한번 확인해봅니다.

우선, 남자의 쪽지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글자를 만들어나가 봅니다.

왼쪽(), 오른쪽(), 가운데(), 아래()을 순차로 그려보니,

리워하다를 의미하는 ()이 되었습니다.

그립습니다아마도 본뜻은 사모합니다정도이겠지요?

 

여인이 쓴 답장은 어땠을까요?

一三口을 이어쓰면 이 됩니다.

그리고 황소를 의미하는 에서, 머리가 나오지 않는다 하니(頭不出),

의 윗 꼭다리를 떼주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가 되는데,

이를 과 합쳐보면, (허락할 허)가 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