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漢詩

다산 정 약용 霞帔帖(하피첩)

백산(百山) 2012. 6. 1. 05:49

 

 

다산 정 약용 선생님 글씨.

 

 

 

遷居八趣(귀양살이 여덟 가지 맛) - 丁 若鏞 - 

 訪花(방화) 꽃을 찾아가다

 折取百花看(절취백화간) 백 가지 꽃을 다 꺾어 봐도

 不如吾家花(불여오가화) 우리 집 꽃만은 못하구나.

 也非花品別(야비화품별) 꽃의 품질이 달라서가 아니라

 秪是在吾家(지시재오가) 우리 집에 있기 때문이어라.

 

 

遷居八趣3(귀양살이 여덟 가지 맛) - 丁 若鏞 - 

 看雲(간운) : 구름을 보다

 有意不看雲(유의불간운) 뜻있어 구름 보는 것도 아니지만

 無意不看雲(무의불간운) 뜻 없이 구름을 보는 것도 아니어라.

 聊將有無意(요장유무의) 그런 대로 뜻이야 있건 없건

 留眼到斜曛(유안도사훈) 석양이 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노라.

 

 

不亦快哉行14(유쾌하지 않을까) -  若鏞 - 

 篁林孤月夜無痕(황임고월야무흔) 대숲 위에 외로운 달, 밤에는 흔적 없이

 獨坐幽軒對酒樽(독좌유헌대주준) 초당에 홀로 앉아 술독을 앞에 놓고

 飮到百杯泥醉後(음도백배니취후) 백 잔 마시다가 질탕하게 취한 후에는

 一聲豪唱洗憂煩(일성호창세우번) 노래 한바탕 불러 근심 걱정 씻어 버리면

 不亦快哉(불역쾌재) 유쾌하지 않을까 

 

 

古詩 - 丁 若鏞 -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온 때라

 喃喃語不休(남남어불휴)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는구나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말하는 뜻 분명히 알 수 없지만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집 없는 서러움을 호소하는 듯 하도다

 楡槐老多冗(유괴로다용) 느릅나무 홰나무 늙어 구멍이 많은데

 何不此淹留(하불차엄유) 어찌하여 이 곳에 깃 들지 않는가

 燕子復喃喃(연자복남남) 제비는 다시 지저귀며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사람에게 말을 주고 받는 듯

 楡冗款來啄(유용관래탁)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槐冗蛇來搜(괴용사래수) 홰나무 구멍은 뱀이 와서 뒤진다 하는구나.

 

 

寺夕 - 丁 若鏞 -  

 落日隱脩杪(낙일은수초) 지는 해 긴 나무 끝에 숨어들고

 池光幽可憐(지광유가련) 잔잔한 못에 비친 빛이 사랑스럽구나.

 新蒲猶臥水(신포유와수) 새로운 부들 물 위에 누웠고

 疏柳正含煙(소유정함연) 성긴 버드나무는 연기를 품었구나.

 小滴遙承筧(소적요승견) 멀리서 흠대로 끌어 온 물방울

 餘流暗入田(여류암입전) 차고 남으면 잠잠히 밭으로 흘러 든다.

 誰將好丘壑(수장호구학) 누가 이렇게 좋은 골짜기 가져와

 留與數僧專(유여수승전) 중들에게만 남겨 주었는가.

 纖月風林外(섬월풍임외) 초승달은 바람 부는 숲에 걸려 있고

 幽泉露碓邊(유천로대변) 노천 방앗간에는 그윽한 샘물 흐른다.

 巖巒收氣色(암만수기색) 바위도 산도 기색이 잠기고

 籬塢積雲煙(리오적운연) 울타리와 언덕은 안개구름에 싸여 있다.

 鍾動隨僧粥(종동수승죽) 종소리 울리자 중들은 죽을 먹고

 香銷伴客眠(향소반객면) 향불은 꺼지고 객과 잠이 들었구나.

 潛嗟古賢達(잠차고현달) 아, 옛 성현과 도사들도

 多少愛逃禪(다소애도선) 중 되기 좋아한 자 많았었다.

 百鳥眠皆穩(백조면개온) 온갖 새들은 다 깊이 잠들고

 悲鳴獨子規(비명독자규) 슬피 우는 것은 오직 두견새뿐이구나.

 畸孤寧有匹(기고녕유필) 외로운 신세 어찌 짝인들 있겠는가.

 棲息苦無枝(서식고무지) 깃들 나무 가지조차도 없어 괴로워라.

 眇眇春風憶(묘묘춘풍억)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면 추억에 잠기고

 蒼蒼夜色疑(창창야색의) 창창한 밤이 되면 더 불안해진다.

 月沈人正睡(월심인정수) 달이 지고 사람들도 잠들어 버리면

 淸絶竟誰知(청절경수지) 너무나 청아한 것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獨笑 - 若鏞(1762-1836)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 양식이 있으면 먹을 자식 귀하고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 자식 많으면 꼭 근심과 굶주림이라.

 達官必憃愚(달관필창우)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 재주 있는 사람은 재주 펼 기회가 없다.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 집안엔 완전한 복이 드물고

 至道常陵遲(지도상릉지) 지극한 도는 늘 쇠퇴하기 마련.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婦慧郞必癡(부혜랑필치)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어리석다.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 꽃이 피면 바람이 불어댄다.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 세상만사 다 이러하니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나 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네

 

牧爲民有乎. 民爲牧生乎 

 수령이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가?

 백성이 수령을 위해 사는 것인가?
 -  若鏞(1762~1836)〈與猶堂 全書에서〉-


 

 

夏日對酒 - 茶山 丁 若鏞 -

 

 后王有土田(후왕유토전) 임금이 땅 가지고 있는 것이
 譬如富家翁(비여부가옹) 말하자면 부잣집 영감 같은 것
 翁有田百頃(옹유전백경) 영감 밭이 일백 두락이고
 十男各異宮(십남각이궁) 아들 열이 제각기 따로 산다면
 應須家十頃(응수가십경) 당연히 한 집에 열 두락씩 주어
 飢飽使之同(기포사지동) 먹고 사는 형편을 같게 해야지
 黠男呑八九(힐남탄팔구) 약은 자식이 팔구십 두락 삼켜 버리면
 癡男庫常空(치남고상공) 못난 자식은 곳간 늘 비기 마련이고
 黠男粲錦服(힐남찬금복) 약은 자식 비단옷 찬란할 때
 癡男苦尫癃(치남고왕륭) 못난 자식은 병약에 시달리겠지
 翁眼苟一盻(옹안구일혜) 영감이 눈으로 그 광경 보면
 惻怛酸其衷(측달산기충) 불쌍하고 속이 쓰리겠지만
 任之不整理(임지불정리) 맡겨 버리고 직접 정리를 않았기에
 宛轉流西東(완전유서동) 서쪽 동쪽 제멋대로 되어버린 게지
 骨肉均所受(골육균소수) 똑같이 받은 뼈와 살인데
 慈惠何不公(자혜하불공) 사랑이 왜 불공정한가
 大綱旣隳圮(대강기휴비) 근본 강령이 무너져버렸기에
 萬事窒不通(만사질불통) 만사가 따라서 꽉 막힌 것이지
 中夜拍案起(중야박안기) 한밤중에 책상을 치고 일어나
 歎息瞻高穹(탄식첨고궁)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본다네
 芸芸首黔者(운운수검자) 많고 많은 머리 검은 자들
 均爲邦之民(균위방지민) 똑같이 나라 백성들인데
 苟宜有徵斂(구의유징렴) 무엇인가 거두어야 할 때면
 哿矣是富人(가의시부인) 부자들을 상대로 해야 옳지
 胡爲剝割政(호위박할정) 어찌하여 피나게 긁어 가는 일을
 偏於傭丐倫(편어용개윤) 유독 힘 약한 무리에게만 하는가
 軍保是何名(군보시하명) 군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作法殊不仁(작법수불인) 자못 좋지 않게 만들어진 법이야
 終年力作苦(종년역작고) 일 년 내내 힘들여 일을 해도
 曾莫庇其身(증막비기신) 제몸 하나 가릴 길이 없고
 黃口出胚胎(황구출배태) 뱃속에서 갓 태어난 어린 것도
 白骨成灰塵(백골성회진) 백골이 진토가 된 사람도
 猶然身有徭(유연신유요) 그들 몸에 요역이 다 부과되어
 處處號秋旻(처처호추민) 곳곳에서 하늘에 울부짖고
 冤酷至絶陽(원혹지절양) 양근까지 잘라 버릴 정도니
 此事良悲辛(차사양비신) 그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戶布久有議(호포구유의) 호포 문제도 오랜 논의 끝에
 立意差停勻(입의차정균) 제법 균등을 기하는 안을 세워
 往歲平壤司(왕세평양사) 작년에 평양 감영에서
 薄試纔數旬(박시재수순) 겨우 몇십 일 시험하다 말았다네
 萬人登山哭(만인등산곡) 만인이 산에 올라 통곡하거니
 何得布絲綸(하득포사륜) 무슨 재주로 왕의 말씀 선포하리
 格遠必自邇(격원필자이) 먼 곳 가려면 가까운 데서 시작하고
 制疏必自親(제소필자친) 소원한 자 다스리려면 가까운 자부터 해야지
 如何羈馽具(여하기칩구) 어찌하여 고삐와 굴레를 가지고
 先就野馬馴(선취야마순) 야생마부터 먼저 길들이려 드는가
 探湯乃由沸(탐탕내유비) 놀라 손 떼는 것은 물이 끓기 때문
 計謀那得伸(계모나득신) 소기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랴
 西民久掩抑(서민구엄억) 서쪽 백성들 오랜 세월 억눌리어
 十世閡簪紳(십세애잠신) 열 대를 두고 벼슬 한 장 없으니
 外貌雖愿恭(외모수원공) 겉으로야 공손한 체할망정
 腹中常輪囷(복중상윤균) 뱃속은 언제나 불평불만이지
 漆齒昔食國(칠치석식국) 왜놈들 먼저 나라 삼켰을 때
 義兵起踆踆(의병기준준) 의병이 일어나 활약했지만
 西民獨袖手(서민독수수) 서쪽 백성들은 수수방관 했는데
 得反諒有因(득반량유인) 그렇게 갚은 것 원인이 있어 서지
 拊念腸內沸(부념장내비)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올라
 痛飮求反眞(통음구반진) 술이나 진탕 마시고 천진 되찾으려네
 耕者必蓄食(경자필축식) 농가엔 반드시 식량을 비축하여
 三年蓄一年(삼년축일년) 삼년이면 일년 치를 비축하고
 九年蓄三年(구년축삼년) 구년이면 삼년 치를 비축하여
 檢發以相天(검발이상천) 검발하여 백성 먹여 살리는 건데
 社倉一濫觴(사창일람상) 한번 사창이 시작된 후로
 萬命哀顚連(만명애전연) 불쌍히도 수많은 목숨 떠돌이 됐지
 債貸須兩願(채대수량원) 빌려 주고 빌리는 건 두 쪽이 다 맞아야지
 强之斯不便(강지사불편) 억지로 시행하면 그건 불편한 거야
 率土皆掉頭(솔토개도두) 천하 백성이 다 머리 흔들지
 一夫無流涏(일부무유정) 군침 흘리는 자는 한 명도 없어
 春蠱受一斗(춘고수일두) 봄철에 좀먹은 것 한 말 받고
 秋糳二斗全(추糳이두전) 가을에 정미 두 말을 갚는데
 況以錢代蠱(황이전대고) 더구나 좀먹은 쌀값 돈으로 내라니
 豈非賣糳錢(기비매糳전) 정미 팔아 돈으로 낼 수 밖에
 贏餘肥奸猾(영여비간활) 남는 이윤은 교활한 관리 살찌워
 一宦千頃田(일환천경전) 환관 하나가 밭이 천 두락이고
 楚毒歸圭蓽(초독귀규필) 백성들 차지는 고생뿐이어서
 割剝紛箠鞭(할박분추편) 긁어 가고 벗겨 가고 걸핏하면 매질이라
 銼鍋旣盡出(좌과기진출) 가마솥 작은 솥을 모두 다 내놨기에
 孥粥犢亦牽(노죽독역견) 자식이 팔려 가고 송아지도 끌려간다네
 休言備軍儲(휴언비군저) 군량미 비축한다 말도 말게나
 此語徒諞諓(차어도편전) 그 말은 교묘하게 둘러맞추는 말일 뿐
 封庫逼歲除(봉고핍세제) 섣달 그믐 임박해서 창고문 닫아 걸고
 傾囷在春前(경균재춘전) 새봄이 되기 전에 곳간이 바닥나니
 庤稸僅數月(치축근수월) 쌓아 둔 기간은 겨우 몇 달뿐이요
 通歲常枵然(통세상효연) 그 나머진 일 년 내내 비어있는 꼴이지
 軍興本無時(군흥본무시) 언제 어찌 될지 몰라 대비라면
 何必巧無愆(하필교무건) 그 때만 꼭 탈 없으란 법 있다던가
 休言給農饟(휴언급농양) 농가 식량 대준다는 그 말도 하지 말게
 慈念太勤宣(자념태근선) 지나치게 사랑을 베푸는 소리로세
 兒女旣析産(아녀기석산) 자녀들이 제각기 살림을 났으면
 父母許自專(부모허자전) 부모로선 넌지시 저희들 하는 대로
 靡嗇各任性(미색각임성) 헤프거나 아끼거나 저들 성격에 맡겨야지
 何得察粥饘(하득찰죽전) 죽 쑤어라 뭘 해라 간섭할 게 뭐라던가
 願從夫婦議(원종부부의) 부부끼리 상의해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不願父母憐(불원부모련) 부모의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네
 常平法本美(상평법본미) 상평의 그 법이 원래 좋았는데
 無故遭棄捐(무고조기연) 아무런 까닭 없이 버림을 당했으니
 已矣且飮酒(이의차음주) 다 두고 술이나 마시자꾸나
 百壺將如泉(백호장여천) 백 병 술이 샘물같이 되게
 春塘歲試士(춘당세시사) 해마다 춘당대에서 과거시험 보이는데
 萬人爭一場(만인쟁일장) 수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겨루니
 縱有百離婁(종유백이루) 눈 밝은 이루가 백 명 있어도
 鑑視諒未詳(감시량미상) 낱낱이 감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
 任施紅勒帛(임시홍륵백) 붉은색으로 멋대로 그어 버리고
 取準朱衣郞(취준주의랑) 당락은 오로지 시관 손에 달렸다네
 奔彴落九天(분박락구천) 유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萬目同瞻昻(만목동첨앙) 눈 달린 자 다 쳐다보기 마련이지
 敗法啓倖心(패법계행심) 법을 깨고 요행심만 길러
 擧世皆若狂(거세개약광) 온 세상이 모두 미친 듯하다네
 于今識者論(우금식자론) 지금 와서 식자들 말로는
 追咎卞季良(추구변계량) 옛날 변계량을 탓한다네
 詩格本卑陋(시격본비루) 원래 격조가 낮은 시로
 流害浩茫洋(유해호망양) 너무 엄청난 해독을 끼쳐
 村村坐夫子(촌촌좌부자) 마을마다 앉아 있는 선생들이
 敎授非漢唐(교수비한당) 한과 당의 것은 가르치지 않고
 何來百聯句(하래백련구) 어디서 온 것인지 백련구만
 吟誦方滿堂(음송방만당) 읊고 외우느라 방 안이 가득하고
 項羽與沛公(항우여패공) 항우 그리고 패공에 관한 것만
 支離連篇章(지리연편장) 지루하게 쓰고 또 쓰고 한다네
 姜柏放豪嘴(강백방호취) 강백은 입부리가 호탕했고
 盧兢抽巧腸(노긍추교장) 노긍은 기교한 표현 잘했는데
 終身學如聖(종신학여성) 한평생을 그 짓만 배웠지
 逝不窺蘇黃(서불규소황) 소동파 황정견은 엿보려 들지 않아
 縱爲閭里雄(종위려리웅) 시골에선 비록 내노라 하였지만
 又昧時世粧(우매시세장) 한 시대를 장식할 줄 몰랐다네
 世世不成名(세세불성명) 대를 이어 이름 하나 못 이루고도
 猶未歸農桑(유미귀농상) 돌아가 농사짓지도 않았는데
 選擧且未論(선거차미론) 뽑히고 말고는 고사하고
 文字尙天荒(문자상천황) 문자래야 아직 미개 상태였지
 那將萬箇竹(나장만개죽) 어찌하면 대나무 만 그루로
 束箒千丈長(속추천장장) 천 길 되는 빗자루를 만들어
 盡掃秕穅塵(진소비강진) 쭉정이 먼지 따위 싹싹 쓸어서
 臨風一飛颺(임풍일비양) 한꺼번에 바람에 날려 버릴까
 山嶽鍾英華(산악종영화) 산악이 영재를 만들어 낼 때
 本不揀氏族(본불간씨족) 씨족을 가려서 만들 리 없고
 未必一道氣(미필일도기) 한 가닥 도기가 반드시
 常抵崔盧腹(상저최노복) 최노의 뱃속에만 있으리 란 법 없지
 寶鼎貴顚趾(보정귀전지) 솥은 솥발이 뒤집혀야 좋고
 芳蘭生幽谷(방난생유곡) 난초도 깊은 골짝에서 나는 법
 魏公起叱嗟(위공기질차) 위공은 비첩의 소생이었고
 希文河葛育(희문하갈육) 희문도 개가녀 아들이었으며
 仲深出瓊海(중심출경해) 중심은 먼 변방에서 났지만
 才猷拔流俗(재유발유속) 지모가 모두 세상에 뛰어났거늘
 如何賢路隘(여하현로애) 어찌하여 등용 길이 그리도 좁아
 萬夫受局促(만부수국촉) 수많은 사람들 뜻을 펴지 못할까
 唯收第一骨(유수제일골) 오직 제일 골만 수용을 하고
 餘骨同隸僕(여골동예복) 나머지 품골은 종처럼 대하기에
 西北常摧眉(서북상최미) 서북 사람들 늘 얼굴 찡그리고
 庶孼多痛哭(서얼다통곡) 서얼들은 많이 통곡들 하지
 落落數十家(낙락수십가) 당당한 수십 가문이
 世世呑國祿(세세탄국록) 대대로 국록을 먹어 왔는데
 就中析邦朋(취중석방붕) 그 중에서 패가 서로 갈리어
 殺伐互翻覆(살벌호번복) 엎치락뒤치락 서로 죽이며
 弱肉强之食(약육강지식) 약자의 살을 강자가 먹고는
 豪門餘五六(호문여오육) 대 여섯집 남아 거드름 떠는데
 以玆爲卿相(이자위경상) 경상도 그들이 다 하고
 以玆爲岳牧(이자위악목) 악목도 그들이 다 하며
 以玆司喉舌(이자사후설) 후설 맡은 자도 그자들이고
 以玆寄耳目(이자기이목) 이목 노릇도 그들이 다 하며
 以玆爲庶官(이자위서관) 모든 관직도 그들이 다 해먹고
 以玆監庶獄(이자감서옥) 그들이 나서서 옥사도 살핀다네
 遐氓産一兒(하맹산일아) 하시골 백성 아들 하나 낳아
 俊邁停鸞鵠(준매정란곡) 빼어난 기품이 난곡 같고
 兒生八九歲(아생팔구세) 팔구세 되도록 자라서는
 氣志如秋竹(기지여추죽) 지기가 가을철 대나무 같아
 長跪問家翁(장궤문가옹) 아비 앞에 꿇어앉아 묻기를
 兒今九經讀(아금구경독) 이 자식 지금 구경을 다 읽고
 經術冠千人(경술관천인) 경술이 누구보다 으뜸이오니
 倘入弘文錄(당입홍문록) 홍문관에 들어갈 수 있겠지요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令資啓沃(불령자계옥) 임금을 곁에서 돕게 않는단다
 兒今挽五石(아금만오석) 이 자식 지금 큰 활을 당기고
 習戎如郤縠(습융여극곡) 무예가 극곡과 같으니
 庶爲五營帥(서위오영수) 그러면 오영의 장수나 되어
 馬前樹旗纛(마전수기독) 말 앞에다 대장기를 세워 보렵니다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許乘笠轂(불허승립곡) 장군 수레도 타게 않는단다
 兒今學吏事(아금학리사) 이 자식 지금 관리 사무를 배워
 上可龔黃續(상가공황속) 공황의 뒤를 이을 만하오니
 應須佩郡符(응수패군부) 그냥 고을살이 인끈이나 차고
 終身厭粱肉(종신염량육) 죽도록 고량진미 즐기오리다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管循與酷(불관순여혹) 순리도 혹리도 네겐 상관 안 돼
 兒乃勃發怒(아내발발로) 자식 놈 그제야 노발대발하면서
 投書毁弓韣(투서훼궁독) 책이고 활이고 던져 버리고
 摴蒲與江牌(저포여강패) 쌍륙놀이와 골패놀이
 馬弔將蹴鞠(마조장축국) 마작놀이 공차기놀이로
 荒嬉不成材(황희불성재) 허랑방탕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老悖沈鄕曲(노패침향곡) 시골구석에 늙어 파묻혀 버리지
 豪門産一兒(호문산일아) 부호 집안은 자식 하나 낳아
 桀驁如驥騄(걸오여기록) 헌걸차기 천리마 같고
 兒生八九歲(아생팔구세) 그 아이 팔구세가 되어
 粲粲被姣服(찬찬피교복) 예쁘장한 옷을 입고 다니면
 客云汝勿憂(객운여물우) 객들 말이 너는 걱정 없다
 汝家天所福(여가천소복) 너희 집은 하늘이 복 내린 집이고
 汝爵天所定(여작천소정) 네 벼슬도 하늘이 정해 놓아
 淸要唯所欲(청요유소욕) 청관 요직 원대로 되리니
 不須枉勞苦(불수왕노고) 무단히 헛고생 해 가면서
 績文如課督(적문여과독) 글공부 일과 삼아 할 것 없고
 時來自好官(시래자호관) 때 되면 좋은 벼슬은 저절로 오리니
 札翰斯爲足(찰한사위족) 편지 장이나 쓸 줄 알면 족하다
 兒乃躍然喜(아내약연희) 그 아이 깡총깡총 좋아라고
 不復窺書簏(불복규서록) 책상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馬弔將江牌(마조장강패) 마작이며 골패라든지
 象棋與雙陸(상기여쌍륙) 장기 바둑 쌍륙에 빠져
 荒嬉不成材(황희불성재) 희롱해롱 인재 못 되고 말지
 節次躋金玉(절차제금옥) 절차 따라 금마 옥당 오른다 해도
 繩墨未曾施(승묵미증시) 먹줄 한 번 못 맞아 본 나무가
 寧爲大厦木(영위대하목) 어떻게 큰 집 재목 될 것인가
 兩兒俱自暴(양아구자폭) 두 집 자식 다 자포자기로
 擧世無賢淑(거세무현숙) 세상천지에 어진 자라곤 없어
 深念焦肺肝(심념초폐간)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
 且飮杯中醁(차음배중록)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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