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 유 치환 - □ 바위 - 유 치환 -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2.16
無名氏 時調 □ 無名氏 時調 雪月이 滿窓한데 바람아 부지 마라 曳履聲(예리성) 아닌 줄을 判然히 알건마는 그립고 아쉬운 적이면 행여 긘가 하노라 [ 풀이] 눈 쌓인 밤에 비치는 달빛이 창에 가득한데 바람아 불지 말아라. 신발 끄는 소리가 아닌 줄을 분명히 알건마는 그립고 아쉬울 때면 행여 그..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2.16
강이 풀리면 - 김 동환 - □ 강이 풀리면 - 김 동환 -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 님도 탔겠지 님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님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겠지 동지 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2.13
매화 앞에서 - 이 해인 - □ 매화 앞에서 - 이 해인 -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에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2.11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미당 서 정주 -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미당 서 정주 -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2.09
산에 와서 - 김 남조 - □ 산에 와서 - 김 남조 - 雨中 雪岳이 이마엔 구름의 띠를 가슴아래론 안개를 둘렀네 할말을 마친 이들이 아렴풋 꿈처럼 살결 맞대었구나 일찌기 이름을 버린 無名勇士나 無名聖人들 같은 나무들, 바위들, 靑山에 살아 이름도 잊은 이들이 빗속에 벗은 몸 그대로 편안하여라 따뜻하여라 ..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2.02
겨울 길을 간다. - 이 해인 - □ 겨울 길을 간다. - 이 해인 - 겨울 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1.29
나를 키우는 말 - 이 해인 - □ 나를 키우는 말 - 이 해인 -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1.24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 □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詩/近現代 한글 詩 2013.01.21
눈 위에 쓰는 겨울 詩 - 류 시화 - 눈 위에 쓰는 겨울 詩 - 류 시화 -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詩/近現代 한글 詩 2012.12.26